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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베어마켓 대응하라"…긴축 공포에 떠는 증시

이은정 기자I 2022.04.07 06:30:23

과거 미국 금리인상·QT 동반 시 증시 충격 부각
러시아 사태, 긴축 속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키워 관건
"국내 증시, 외인자금 유출 유의…방어주 선별접근"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올해 양적긴축(QT)은 2018년 시행 때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크고, 직전 양적완화(QE)도 가파르게 진행돼 강도가 더 높을 것입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지난해 말을 고점으로 당분간 ‘베어마켓’(약세장)을 극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고,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됩니다. 방어주 대응이 필요합니다.”

6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한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긴축 가속화 움직임에 대해 이처럼 전망했다. 5일(현지시간) 연준 고위 인사인 라엘 브레이너드 부의장 내정자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증시는 요동쳤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2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26% 내렸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1% 가까이 하락 마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며,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인상 ‘빅스텝’(50bp)과 동시에 시장 유동성을 적극 흡수하는 QT 시행 필요성을 주장했다. 증권가는 과거 미국 금리 인상만으로는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나 QT를 동반한 경우 충격이 발생한 점에 주목했다.

◇ “과거 빅스텝에 QT 동반시 증시 충격…러시아 변수 커”

미국 QT가 본격 시행된 2018년엔 미·중 무역갈등이 주요 악재였다면, 올해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지정학 위험이 가장 큰 변수란 평가다. 긴축 속 경기둔화 우려를 키우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공포를 키우고 있어서다. 현대차증권은 2018년 미국 QT 진행 당시 S&P500 등 미 증시를 중심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의 약세 흐름이 부각됐다고 짚었다.

또 당분간 긴축 우려에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도 경기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시장에 반영된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BEI)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따른다. 연준의 긴축 가속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자료:FRB, 블룸버그, 현대차증권
집계기간: 2000년 1월~2022년 2월10일
단위: 연방기금금리=%, S&P500 지수=포인트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연준이 빅스텝을 시사하며 당분간 미 국채 금리는 꾸준히 기준금리와 스프레드를 확대하며 추가 상승, 단기금리 상승세가 유지되며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상태는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도 인플레이션이 4%대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올해 추가 금리인상 불확실성을 높였고, 이는 경기에 부담이 돼 주식시장도 이를 선행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경기둔화 여부와, 러시아 사태 해소 여부를 유의하란 권고가 따른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경제·자산배분 연구원은 “실제 경기가 얼마나 둔화되는지, 즉 금리인상이 누적됐을 때 유동성 축소 압박에 따른 기업 실적 영향을 봐야 한다”며 “미국 인플레이션은 대내적으로 임금이 올라가거나 경기 탄력이 둔화되면 자연스레 꺾일 수 있으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해소되려면 대외 이슈인 전쟁 사태가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증시 外人 투자자금 유출·성장주 변동성 유의”

미국 통화긴축 가속화에 따라 국내 증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을 유의하란 의견도 제시됐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금리 인상과 더불어 QT는 특히 국제 외환시장 수급 측면에서 직접적인 달러화 강세 요인”이라며 “2017년 미국 QT 당시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QT 본격화까지 증시 변동성이 심화됨에 따라 당분간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보단 가치주, 방어주 대응이 필요하단 의견도 제시됐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빅스텝과 QT가 기정사실화되는 흐름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변동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성장주보단 가치주, 리오프닝주, 금리인상 수혜 보험, 원자재 가격 수혜 비철금속 등 업종 대응이 유효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박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는 자원부국을 제외하고 미국 수요 둔화, 금리 인상 부담, 외국인 매도 압박, 자원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맞물리면서 당분간 베어마켓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술주는 평균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지만, 장단기 실적 펀더멘털이 좋은 종목은 긍정적일 수 있어 선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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