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가 지난 4일 시작되면서 양강 후보들은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지만, 배우자는 보이지 않았다. 유력 여야 대선 후보들이 배우자와 함께 투표소를 찾지 않은 것은 1987년 직선제 이후 처음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선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 구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배우자 등판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양당의 공통된 판단으로 풀이된다.
|
하지만 이른바 ‘배우자 리스크’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수면 아래 있던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와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는 둘 다 투표장에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김혜경 씨는 따로 사전투표할 것으로 알려졌고, 김건희 씨는 이날 오전 자택 인근인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쳤다.
김건희 씨는 투표 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고생 많으십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이어 ‘공식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차에 타고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은 자칫 언론의 관심이 김혜경 씨에 집중되면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후보의 메시지가 흐려질 것을 우려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아직 공개된 자리에 나오는 것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비공개로 사전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14년 이 후보의 성남시장 선거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는 모두 이 후보와 함께 사전 투표했다. 김씨는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이 후보의 빈틈을 메우며 전국 팔도를 누볐다. 그러다 공무원 사적 심부름 이용 의혹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 등으로 공개활동을 중단했다.
김건희 씨 역시 지난해 허위 경력 기재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사과 기자회견을 한 후 공개석상에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현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도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남편 윤 후보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당도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남은 선거기간 동안 김건희 씨의 공개 활동 여부에 대해선 “아직은 특별한 계획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두 사람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양강 후보자의 배우자들은 논란과 의혹에 중심에 있다. 그러다 보니 동반 부정현상이 생긴다”면서 “김혜경 씨가 나타나면 ‘김건희 씨도 잘못했잖아’라고 하고, 김건희 씨가 나타나면 ‘김혜경 씨도 잘못했잖아’라고 하는 마치 도플갱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과하는 모습도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 윤 후보 모두 여성층 표심을 잡아야 하는데, 여성 유권자의 비호감을 사고 있는 배우자들이 나오면 되겠느냐”라며 “윤 후보의 경우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데 와이프가 왜 굳이 나오느냐, 이 후보 입장에선 따라 잡고 있는데 부인이 왜 등장하느냐며 양측 지지층의 항의도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배우자들이 나올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양강 후보의 배우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는 최초의 선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