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원래 일정보다 1년 늦게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 끝에 어제 폐막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각자의 신체적·정신적 조건을 극복하며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했다. 경기장에서 정해진 룰을 지키면서 최선을 다해 승부를 겨루는 그들의 모습은 승패를 떠나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게다가 여느 올림픽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 승리’나 ‘감동 드라마’로 불릴 만한 뒷이야기가 풍성했다.
네덜란드 여자 경륜 선수 섀넌 브라스페닝스는 6년 전 심장마비 수술을 받고도 혹독한 재활 노력으로 재기해 이번에 금메달을 땄다. 동메달을 딴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 인교돈과 미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6위에 오른 미국 남자 트라이애슬론 선수 케빈 맥도웰은 림프종을 이겨낸 경우다. 여자 탁구 단체전 16강전에서 한국팀과 맞붙은 폴란드팀의 나탈리아 파르티카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 없이 태어난 장애인임에도 노련한 기량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자 탁구 단식에서 17세의 한국 선수 신유빈과 대결한 룩셈부르크 선수 니시아리안은 58세의 노장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케 해주었다.
한국 선수들은 여러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참신하고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메달 획득 여부와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면 만족하는 태도가 돋보였다. 예컨대 결승에서 져 은메달에 그친 여자 태권도 선수 이다빈은 자신을 이긴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웃으며 엄지를 세워 올려 축하해주었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한국 신기록을 세운 남자 높이뛰기 선수 우상혁은 시종 밝은 미소를 띠며 승패를 떠나 경기를 즐기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번 올림픽은 개최국 일본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여느냐 마느냐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대선 주자들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과 관련해 보이콧해야 한다며 반일 정서에 편승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열리고 난 후 올림픽이 준 감동은 모든 갈등과 악감정을 녹여 버렸다. 무관중 경기로나마 열기를 잘했다. 인류의 제전으로 불리는 4년 주기 올림픽은 계속돼야 한다. 또한 국내외를 막론하고 올림픽을 정치적 도구로 삼는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