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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출신과 정권 충성도에 얽매인 軍 인사될라

김관용 기자I 2021.04.05 06:00:00

4월 내 상반기 軍 장성 인사 예정
총장이 차장 인사도 원하는대로 못해
현 정권과 친한 인사들 자리 내정설
''육사vs비육사'' 프레임, 인사 원칙 훼손 우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군 수뇌부의 역할과 권한은 ‘군령권(軍令權)’과 ‘군정권(軍政權)’으로 구분된다. 군정권은 군대의 편성과 조직을 관장하는 행정권한이고, 군령권은 군의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명령권한이다.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군정권과 군령권을 모두 가진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정권과 군령권을 관할한다. 각 군 참모총장은 다시 장관의 명을 받아 군정권을, 합동참모의장은 장관의 명을 받아 육·해·공군의 각 작전사령부에 대한 군령권을 행사한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서욱 국방부 장관 지명 이후 합참의장에 국방부 장관 후보자보다 선배인 원인철 공군 대장을 내정했다. 또 육군참모총장에는 서 장관 임관 동기인 남영신 대장을 발탁했다. 군 특수성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관례를 깬 파격 인사였다. 당연히 국방부 장관의 군정권과 군령권 행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5일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1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와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기우’인 듯하다. 사실상 청와대 국가안보실 중심으로 중요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군 내 중론이다. 물론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이 국방부 및 각 군과 의견을 나누고 일정 부분 정책 결정에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청와대 권한은 지나칠 만큼 커 사실상 군을 지휘·감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 공개도 청와대 허락을 기다린다. 게다가 장병 안전을 위한 군의 헬기 운행 중단에 대해 조기 재개를 종용하고, 군 기강 해이 사고 관련 징계에 관여한 사례도 있었다. 이렇다 보니 각 군 총장의 군정권 행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군정권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장성급 장교의 인사는 각 군 참모총장이 추천하고 국방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즉, 각 군 총장은 진급 인사와 보직에 대한 결정권 행사를 통해 해당 군을 장악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육군참모총장은 자신을 보좌할 참모차장 조차 원하는 사람을 쓸 수 없다. 특정 인사를 추천했다가 청와대에서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헤엄 귀순’ 사건 관련, 8군단장에 총장 명의의 서면경고가 이뤄졌지만 총장 의사가 아니었다고 한다. 부하들이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만큼 그에 따르는 지휘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총장 의견이었다는 전언이다.

올해 상반기 군 장성 인사가 이달 내 이뤄질 예정이다. 군의 추천과 무관하게 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한 이들의 자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적재적소’ 인사 원칙보다는 육사냐 아니냐는 출신 구분과 정권 충성도에 따라 장군들의 자리가 결정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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