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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상속세는 3조6723억원(2019년 신고세액 기준)으로 2000년(5137억원) 대비 7.1배 증가했다. 소득(1인당 GNI 기준)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7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득은 좀처럼 불어나지 않는데 상속세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상속세를 내야 하는 피상속인 수는 2000년 1389명에서 2019년 9555명으로 6.9배 증가했다. 과세대상 총 상속재산가액은 같은 기간에 3조4134억원에서 21조5380억원으로 6.3배, 과세표준은 1조8653억원에서 12조2619억원으로 6.6배 증가했다.
이렇게 상속세 부담이 커진 것은 최고세율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규정된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각종 공제를 제외한 뒤 상속받는 금액(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으면 최대주주 지분일 경우 20%를 할증(+10%포인트)해 최고세율이 사실상 60%가 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0.4%(2018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보다 4배나 높았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0.1%), 독일(0.2%), 영국(0.3%)보다도 세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예상 상속세는 현대자동차(005380)그룹 2조7631억원, 한화(000880) 3037억원, GS(078930) 2135억원, 현대중공업 5623억원 등이다. 구광모 LG(003550) 회장은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로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9215억원)를 3년째 납부 중이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보유 주식 재산에 대해 유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11조366억원으로 확정됐다. 유니더스는 상속세 부담 등을 이유로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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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세 부담을 호소하자 여당에서도 상속세 개편을 예고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윤후덕)는 2021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는 외국투기자본으로부터 성실히 일하는 기업가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 등을 포함해 상속세 전반에 대한 합리적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는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월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상속세 관련해 “세율 자체가 징벌적일 필요는 없다”며 “세율 조정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재부는 2021년 상반기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상속세 전반에 대해 검토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율이 너무 과해서 낮춰야 한다는 의견 등을 비롯해 A부터 Z까지 상속세 전반을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방향을 결정한 바 없고 확정한다면 내년 7월 발표하는 2022년 세제개편안에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부자 감세’로 부의 대물림, 자산 불평등만 키울 것이란 반발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2021년 세법 관련 11월 조세소위에서 “창업 이후 몇십 년 동안 기업을 일궈 오신 분들이 연로하게 돼 점점 매년 상속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어 (상속 제도를) 고민을 해야 한다”며 “각종 공제로 대부분 상속인이 비과세이거나 세 부담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세율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에 ‘경제활력’을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국민적 공론화를 거쳐 지속 가능한 상속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속세 분할납부 기간 확대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미뤄왔던 상속세 세제개편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려면 민간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기업 살리기, 경기 활성화를 위한 확실한 기업 감세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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