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순록썰매 달리던 겨울왕국…21세기엔 전기차가 달린다

최훈길 기자I 2019.07.24 04:00:00

[미래車 리포트②]유럽편
전기차 판매 비중 27%, 세계 1위…한국보다 55배
노르웨이 전기버스·트럭도, 내년엔 무인 전기 선박
택시 기사도 동참 “운행비 아끼고 온난화 대응”
강력하고 입체적인 지원+시민사회 공감대 결과

노르웨이 오슬로의 명소로 꼽히는 아케르스후스성의 외관은 중세 시대 요새처럼 보였지만, 성 안으로 들어가 보니 테슬라 전기차가 주차돼 있는 최첨단 요새처럼 보였다. 오슬로시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 주차장은 방공대피소처럼 구축돼 있어 만약에 화재가 나더라도 외부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안전한 구조”라고 설명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오슬로(노르웨이)=글·사진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극적인 반전이었다. 노르웨이 오슬로 항구에 인접한 아케르스후스성(Akershus castle)의 겉과 속은 확연히 달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나온 아른델 왕국의 모델이 될 정도로 외관은 아름다운 중세시대 요새였다. 오슬로의 손꼽히는 명소다.

성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세상이 열렸다. 테슬라, 닛산 등에서 만든 전기차가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110m 길이에 85대를 주차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 주차장이다. 곳곳에 설치된 충전기로 무료 충전을 할 수 있다. 전기차는 주차요금도 받지 않는다.

◇승용차 이어 전기 화물차·버스·선박까지

노르웨이 오슬로는 도시 곳곳이 전기차 전시회를 방불케 했다. 남영숙 주노르웨이 대사는 “오슬로는 테슬라 시티, 전기차 수도로 불릴 만큼 전기차 보급 측면에서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에서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합산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이 노르웨이는 27.4%(2017년 상반기 기준)로 세계 1위다. 한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전기차 선진국인 노르웨이는 승용차를 넘어 대중교통도 전기화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투어 포트빅(Sture Portvik) 오슬로시 이모빌리티(e-mobility) 담당 국장은 “전기 승용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친환경 교통 정책은 대중교통의 전기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노르웨이에서 흔한 교통수단이다. 오슬로를 찾은 관광객들은 엘버스(전기 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순회한다. 엘버스는 종점에 도착하면 지붕이 열고 자동으로 충전한다.

오슬로 시내 곳곳에서는 ‘이것은 녹색입니다(This is green)’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기 화물차를 만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슬로시는 지난 5월 자율주행 전기차를 도입해 운행 중이다. 이날도 기사가 없는 빨간색 미니버스가 예닐곱 명을 싣고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슬로시에 따르면 아직까지 무인 전기차로 인한 사고는 한 건도 없다. 세계 최초의 무인 전기선은 내년부터 오슬로 항구에서 시범 운항을 시작한다.

◇“입체적인 車 지원+사회적 공감대 결과”

노르웨이가 전기차 천국이 된데는 정부의 파격 지원이 한 몫을 했다. 노르웨이에선 전기차를 구입하면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면제되고 주차·충전·통행료도 무료다. 특히 2명 이상 전기차를 탑승하면 출·퇴근 시간 등 혼잡시간대에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금요일 오후 4시 오슬로 시내는 퇴근 행렬로 도로가 꽉 막혔다. 하지만 기자가 탄 전기 택시는 버스전용차로를 따라 막힘 없이 달렸다.

노르웨이 녹색기후홍보대사이자 테슬라 택시 운전사인 트룬드 소메(Trond Somme) 씨는 “어디서든 손쉽게 급속 충전을 할 수 있어서 겨울에도 운행에 문제가 없다”며 “전기차로 바꾼 뒤 차량 유지비용도 많게는 20% 줄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선 친환경 교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전기차를 운행하는 데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소메 씨는 “2012년에 세계 최초로 택시를 전기차로 바꿨다”며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데 환경보호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노르웨이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1990년 대비 최소 40% 이상 감축하는 게 목표다.

2025년부터는 휘발유·경유를 쓰는 차량은 판매를 금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전력 생산량의 98%(2015년 기준)를 수력·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얻는다.

남영숙 대사는 “노르웨이는 유럽의 ‘환경수도’이자 전기차·수소차 시장 동향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국가”라며 “우리 정부가 노르웨이의 입체적인 친환경차 지원 정책, 강력한 정책 의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전기 버스인 엘버스가 지난달 28일 오슬로 시청 인근에서 버스 지붕에 달린 장치를 통해 충전을 하고 있다. 전기 버스 옆에는 운전사 없는 전기 자율주행 미니버스가 오슬로 시청 인근을 운행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전기 트럭이 지난달 28일 오슬로 시청 인근에 주차돼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가 경차에만 적합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있다. 트럭 옆면에 ‘이것은 녹색입니다(This is green.)’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을 강조하는 문구가 적혀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스투어 포트빅(Sture Portvik) 오슬로시 이모빌리티(e-mobility) 담당 국장이 지난달 28일 오슬로 시청 인근 전기차 충전소에서 “오슬로는 전기차 수도(capital)”라며 충전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노르웨이 녹색기후홍보대사이자 테슬라 택시 운전사인 트룬드 소메(Trond Somme) 씨는 “2012년부터 세계 최초로 전기 택시를 운전해왔다”며 “폭염, 온난화가 심각한데 환경보호를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어 전기차로 바꿨다”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에서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합산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을 집계한 결과, 노르웨이는 27.4%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0.5%였다.다. 단위=%, 2017년 상반기 기준.[출처=한국전기자동차협회]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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