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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人]리서치도 이젠 `부티크 시대`…당당히 매도를 외친다

김재은 기자I 2019.01.30 04:40:00

베테랑 애널리스트 출신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
중소형 스몰캡 독립 리서치기관 2016년에 문열어
남들과 다른 의견 혹은 다른 종목 발굴..두가지 뿐
수익률로 말한다..`제대로 증명하면 틀리지 않는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 [사진=리서치알음]


[이데일리 김재은 박태진 기자] 증권사의 ‘매수’ 일색 리포트엔 질렸다. 기관 영업 후 개인투자자에게 뿌리는 리포트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상장사는 2000여개. 이 중 몇 종목이라도 제대로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국내 유일의 독립 리서치기관 ‘리서치알음’ 행보가 주목된다. 이젠 리서치도 ‘부티크 시대’다.

유화증권에서 10년 가까이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2016년 독립 리서치기관을 세운 최성환 대표. 그는 유화증권시절부터 남다른 스몰캡 종목 발굴로 주목받았다. 아프리카TV(067160), 다날(064260), 로엔, 다원시스(068240), 서울옥션(063170)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주식시장에서 재평가받은 종목들이다. 잘 나가던 애널리스트에서 돌연 독립 리서치기관을 세운 이유가 궁금했다.

“증권사에선 스몰캡 종목을 구조적으로 잘 커버하기 어렵다. 시가총액 1000억 원 이하 기업을 탐방 간다고 하면 그런 곳을 왜 가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시총 500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한 증권사 커버리지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과거 스몰캡 관련 펀드들도 상당수 사라졌고, 작은 종목을 제대로 발굴하려니 회사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도 있었다.”

결국 현재 증권사 구조대로면 눈치 보기 탓에 제대로 된 스몰캡 종목 발굴이나 커버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상장주식 2043개중 시총 5000억원이하 중소형주는 1733개로 전체의 84.8%를 차지한다. 누군가는 이들 종목에 대한 리포트를 내야만 제대로 된 시장에서의 평가가 가능하다.

그가 롤모델로 삼은 곳은 ‘월가의 저승사자’ 머디 워터스 리서치(Muddy Waters Research)다. 박사, 의사들로 구성된 이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관련 ‘매도’(Sell) 리포트를 내면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 대표는 “중소형 하우스는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남들이 매수를 외칠 때 매도라고 하든지, 아무도 안 보는 종목을 찾아 발굴하는 단 두 가지 방법뿐인데 둘 중 하나는 가능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리서치알음의 리포트 영향력은 여느 유수 증권사보다 더 크다. 지난해 리서치알음이 발간한 48개 리포트 중 발간당일 얼마정도 상승 출발하는지 따져보니 평균 2.9%였다. 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이베스트증권이 0.2~1.5%인 것에 비해 2~15배가량 높았다. 사전 기관영업 등에 따른 선취매가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 발간일 종가는 평균 4.5% 상승해 여타 증권사보다 2~3배가량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보고서 발간 후 석달 수익률은 34.9%로 4개 증권사에 비해 최소 11.9%포인트~최대 20%포인트 가량 웃돌았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제대로 증명하면 틀리지 않는다’는 최 대표의 신념이 수치로 입증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수익창출은 아직 숙제다. 지금 우리나라 문화에서 독립 리서치기관이 제대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리서치알음도 지난해 12월부터 월 9900원에 유료화했다. 매주 월요일 분석리포트를 발간하고 일주일간 무료로 받아볼 수 있지만 그 이후엔 돈을 내고 봐야 한다. 현재 130명 정도 유료회원을 확보했다. 온라인 회원 1만3000여명 중 극히 일부다.

최 대표는 “아직까진 자본금을 까먹고 있다”며 “국내 에프앤가이드와 비슷한 팩트셋(Fact set)에 영문리포트를 건당 5달러에 제공하고 국민연금 등 기관, 외국인 리서치 업무 대행 등 B2B를 통해 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만 조사분석인력으로 분류돼 거래소에서 관리한다. 그 외엔 애널리스트 직함도 쓰지 못하고, ‘매수’, ‘매도’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리서치알음은 ‘포지티브’, ‘네거티브’, ‘적정주가’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리서치알음은 현재 거래소 신고제를 통해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등록된 상태다.

올해 증시에 대한 전망을 묻자 최 대표는 상반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뜨거웠던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해선 최근 10곳 중 1~2곳만 자금조달이 가능해진 만큼 선별적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개인들의 관심이 높은 테마주에 대해선 부정적 느낌이 크지만, 정부 정책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지난해 수익을 올렸던 대표 테마주는 경협주인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모멘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올해 유망 테마주로는 △미세먼지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리 강화) △공유경제(카풀) 등을 꼽았다. 간단하지만 상당히 효과 있는 투자 팁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종목을 고르는 것이다. 미세먼지,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주가를 움직이는 3요소인 펀더멘털(실적), 수급, 모멘텀 중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며 “남들이 모르는 종목 중 실적이 괜찮아질 수 있는 종목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독립리서치의 지평을 연 리서치알음의 성공비결은 바로 주식투자의 가장 기본인 펀더멘털에 충실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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