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 재정특위, 경유세 인상 검토…“미세먼지 유발 비용 내라”

최훈길 기자I 2019.01.18 05:00:00

1~4월 토론회, 대통령 보고 거쳐 권고안 발표
미세먼지 최악인데 작년 경유차 ‘역대 최대’
친환경차 진흥책에도 경유차 수요 못막아
기재부 난색 “가계 부담, 경제 여파 봐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출근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날은 수도권에 이틀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날이다. 수도권에서 이틀 연속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된 것은 지난해 1, 3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경유세 인상안을 1분기 중에 발표한다. 경유차가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를 유발하는데도 매년 수십만 대씩 늘고 있어, 페널티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관할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가계 부담, 업계 반발이 불보듯 하다며 신중한 입장이어서, 세제 개편 방향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미세먼지 역대 최악…경유차 역대 최대

재정특위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을 1~4월 중에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위는 토론회, 문재인 대통령 보고, 권고안 발표 등을 거친 뒤 출범 1년(4월7일)에 맞춰 활동을 종료한다. 권고안에는 경유세를 올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이를 줄이는 방안(상대가격 조정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홍종호 재정특위 환경에너지합동분과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에너지전환포럼과 함께 경유의 기본·탄력 세율을 각각 리터당 50원씩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100대 85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비율이 100대 91로 바뀌게 된다.

재정특위 관계자는 “독성 미세먼지를 뿜는 경유차가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최종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환경친화적 세제정책 목표, 미세먼지 문제를 고려해 인상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에 적극적인 주문을 하고 사회적 공론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권고안에 경유세를 대폭 올리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특위가 고강도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심각한 미세먼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18㎍/㎥(오후 3시까지 기준) 2015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국무조정실·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2017년 9월)’에 따르면, 중국 등 외부요인을 제외할 경우 경유차는 미세먼지 발생 요인(수도권 기준) 1위다.

정부는 경유차 판매 억제, 노후 경유차 퇴출을 추진했지만 이를 비웃듯 경유차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국내에 등록된 경유차는 992만9537대에 달한다. 전년보다 35만3142대 늘어나 증가 규모가 역대 최대다. 높은 연비와 싼 기름값 덕에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때문이다.

전체 자동차 중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37.11%(700만1950대)에서 지난해 42.8%로 매년 늘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 비중은 49.16%에서 45.81%로 감소했다.

특히 친환경 차량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하이브리드차(31만3856대→40만5084대), 전기차(2만5108대→5만5756대), 수소차(170대→893대) 증가 규모를 모두 합해도 경유차 증가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정부가 추진한 노후 경유차 퇴출, 친환경차 육성책이 현재까지만 보면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재정특위 관계자는 “경유차를 줄일 실효성 있는 환경정책이 전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난색…“가계 부담, 경제 여파 살펴야”

이 때문에 환경단체, 국제기구에서는 이제라도 경유차를 줄이기 위한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문재인정부가 예산을 들여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장려하고 있지만 경유차를 대체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경유세를 높이고 유가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강력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작년 6월20일 권고안에서 “(정책 조치가 없으면 한국이)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환경세 인상’을 주문했다.

그러나 경유세 인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유세 인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은 “경유세를 올리더라도 대형 화물차가 영업을 안 할 수 없어 실효성이 미지수”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유세 인상은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 운전자 부담을 비롯해 가계·산업·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유차가 1000만대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등록된 자동차 기준. 단위=대.[출처=국토교통부]
경유차가 매년 늘어나면서 지난해 1000만대에 육박했다. 매년 말 등록된 경유차 기준. 단위=대.[출처=국토교통부]
경유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국세 중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다음으로 세수액이 많다. 단위=조원. 기준=2017년.[출처=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1월 둘째주 평균 소비자 판매가격(1253.11원/ℓ) 기준. 단위=원/ℓ.[출처=한국석유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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