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베스트운용 ILS펀드 투자자 속앓이…만기에도 상환 불가

박정수 기자I 2019.01.14 05:30:00

ILS펀드서 투자한 보험계약에서 보험손실 산정 미확정
2017년 미국 허리케인 탓…투자액 일부 환매 불가
지난해에도 캘리포니아 산불 등 대규모 자연재해
국내 ILS펀드 대부분 2017년에 출시

[이데일리 박정수 전재욱 기자] 보험연계증권(ILS)펀드 투자자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ILS는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상품인 만큼 과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말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수익은커녕 손실만 보고 있어서다. 특히 펀드 만기가 도래하고 있음에도 일부 자산의 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은 투자금도 못 받을 지경에 빠졌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최근 펀드 판매사에 ILS펀드 일부 자산의 상환이 불가능하다며 상환연기 공문을 보냈다. 대상 펀드는 ‘현대인베스트ILS오퍼튜너티증권투자신탁1호(DLS-재간접파생)’이며 만기는 2월 1일이다. 이 펀드는 총 7개의 해외펀드를 담고 있는데 글로벌 ILS 운용사인 리든홀캐피탈의 포커스펀드가 문제가 됐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측은 “2017년에 발생한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으로 ILS펀드가 투자한 다수의 보험계약에서 보험손실 산정이 미확정됐다”며 “보험손실 금액이 확정될 때까지 상환을 연기한다”고 전했다. 2017년에 발생한 자연재해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 등을 말한다. 당시 수십조에 달하는 보험업계 손실액이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즉 ILS펀드가 보유한 포커스펀드의 좌수 가운데 9%가량이 사이드포켓으로 분리돼 있다. 이 사이드포켓 성과는 하비·어마·마리아와 연관된 보험계약의 성과에 연동돼 환매청구가 불가한 상황이다.

▲자료:금융투자업계
ILS는 지진과 태풍 등 재해 발생 시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유동화한 대체투자 상품인 만큼 대형 자연재해가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ILS 투자자들은 연간 5%가량 보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보험사가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가입하는 재보험 보험료와 위험을 특수목적회사(SPV)가 떠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SPV는 이 보험료를 담보로 재해채권(캣본드) 등을 발행하고 조달한 자금과 (재)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별도의 신탁계정을 통해 안전자산 중심으로 운용한다.

하지만 약정한 재해 사고 발생 시에는 SPV가 보험사에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투자자에게는 이미 지급된 보험금을 제외한 잔액을 상환하게 돼 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은 여기서 보험금 손실이 산정되지 않아 투자자들한테도 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ILS펀드 대부분이 2017년에 출시한 탓에 다른 펀드들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2018년에도 캘리포니아 산불 등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으로 또 다른 보험계약에서 보험손실 산정 미확정이 발생해 추가적인 환매 연기도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 설정된 ILS펀드는 총 33개로 전체 누적 설정액이 1330억원 수준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과 흥국자산운용을 중심으로 ILS펀드를 출시했으며 33개 가운데 32개가 사모펀드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ILS펀드들은 올해 1월 말에서 2월 초에 대부분 만기가 도래한다.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관계자는 “사모펀드들 상환도 연기된 상황”이라며 “리든홀캐피탈에서 정상적으로 보험손실 산정을 확정한다면 오는 25일에 사이드포켓을 제외한 투자액을 중도상환금 형태로 고객지분에 따라 균등하게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리든홀에서 산정을 지연할 시에는 중도상환금은 2월로 미뤄질 것”이라며 “사이트포켓은 모든 피투자펀드들이 정리되면 차후에 전달하며 이는 펀드 설정 후 최대 3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투자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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