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뉴욕에서 대학 다니던 시절 즐겨 먹던 ‘본촌 치킨’에 최근 투자를 했습니다. 그때는 그저 맛이 좋아서 단골이 되었는데 프라이빗에쿼티(PE)에 입사해 직접 투자를 해보니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올해로 VIG파트너스 입사 3년 차인 김규명(29·사진) 과장에게 본촌 인터내셔날 투자는 남다르다. 그동안 조직 내 상사들과 호흡을 맞춰 실무 역할을 하다 직접 책임 투자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VIG파트너스는 버거킹, 바디프렌드, 하이파킹 등 소비재 중견 기업의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에 특화된 사모펀드다.
그는 “벌써부터 내년 미국 출장을 위한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며 “최근 투자를 마친 본촌 치킨 덕분에 바빠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사모펀드 입사 이후 처음 투자 검토부터 인수 마무리까지 주도한 본촌 치킨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부산 출신의 창업자 서진덕 대표가 미국에서 시작한 본촌 치킨은 미국에 90개, 동남아에 약 250개 매장을 보유 중인 글로벌 외식업체다. 국내에는 매장이 없어 생소할 수 있지만 미국 소비자 조사결과 미국 경쟁사 대비 평점이 상당히 높았다.
본촌 치킨의 성장 스토리는 한국에서 성공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일반 프랜차이즈와는 다르다. 김 과장은 “미국에서부터 맛으로 승부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해외 네크워크를 가진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시장 확장성이 훨씬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VIG의 파트너들은 K뷰티에 이은 K푸드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김 과장에겐 미국 유학 시절 즐겨먹던 K푸드이기에 더욱 믿음이 갔다. 실제로 본촌 치킨은 지난 3년 동안 미국에서만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전체 매장 매출액이 2015년 연결기준 45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동남아까지 합친 올해 예상 매출액은 2300억원에 달한다. 그는 “향후 5년 내 미국 시장에서만 2500억~3000억원까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 본촌의 현지화 전략에 VIG의 전문성이 더해질 때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투자는 인수 후 1년이 가장 중요하다. 내년 한해 동안 본촌 치킨의 체질 개선을 위해 갈 길이 바쁘다는 의미다. 미국 내 테이크아웃 시장 개척과 글로벌 지점 확대가 주요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내 유명 외식 브랜드 경쟁업체의 마케팅 책임자를 최고경영자(CEO)로 스카우트 했다. 국내 사모펀드가 해외 유명 C레벨을 CEO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미국 내 익스프레스 시장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테이크아웃과 배달 앱과의 연계를 통한 성장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스물아홉인 김 과장은 “최근 프라이빗에쿼티(PE)드로 이직하는 시기가 빨라졌다”며 “미국의 경우 IB 입사 후 몇달만에 PE로 옮기는 친구들도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PE 투자 심사역의 매력은 직접 투자와 운용을 경험하며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은행에서 M&A 자문을 하는 뱅커도 배울 점이 많지만 PE에서 직접 투자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더 큰 것 같다”며 “나이에 대해 기업 경영 등 무게감 있는 경험을 직접 할 수 있어 몸으로 배우는 교훈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