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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68년만의 귀향'을 위한 준비

김관용 기자I 2018.11.30 05:00:00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 올해 초부터 한반도에 불고 있는 남북 평화의 바람을 타고 68년 만에 비무장지대(DMZ)에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분단 이후 한반도의 정중앙 DMZ에서 전사자 유해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1일부터 9.19 군사 분야 합의에 따라 남북공동유해발굴 이행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강원도 철원 DMZ 화살머리 고지
주변에서 지뢰제거 및 도로개설 작업 중에 국군전사자 유해가 발견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10월 24일 고(故) 박재권 이등중사(현재 병장)를 포함해 전사자 유해 2구가 발견된 이후 11월 18일까지 9구의 유해가 추가로 발견됐다. 특히 5번째로 발견된 유해는 머리부터 다리까지의 유해가 온전한 형태로 발굴된 완전 유해로 밝혀졌다.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국유단) 관계자는 “DMZ 지역에서 완전 유해가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완전 유해 발밑에 전투화 밑창까지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화살머리 고지는 남방한계선 북쪽 DMZ 내에 위치하고 있다. 그 오른편 3km 지점에는 역시 격전지로 유명한 백마고지가 있다. 정전협정 이후 접근조차 쉽지 않았던 이곳에 남북을 잇는 새 길도 뚫렸다. 65년 동안 DMZ에 잠들어 있던 전사자 유해를 공동발굴하기 위해서 도로가 개설됐다. 내년 4월부터 본격적인 남북공동유해발굴이 시작된다. 이 일대와 백마고지를 포함해 북한지역까지 확대된다.

6.25전쟁 중 소중한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 16만 3000여 명 중 12만 4000여 명이 여전히 차가운 이름 모를 산하에 홀로 남겨져 있다. 이들의 유해를 하루빨리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모셔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에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꼼꼼한 준비를 해야 한다. 올해까지는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제거와 도로개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내년 2월께 남북공동발굴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유해발굴은 내년 4월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남북공동발굴이 처음인 만큼 발굴부터 감식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논의 후 좋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전준비 작업이 요구된다. 모쪼록 DMZ와 북한지역으로 확대 실시되는 유해발굴 사업으로 인해 전쟁의 비극을 치유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둘째는 한미 간 협력 및 공동감식이 중요하다. 미국 하와이에는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이 있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먼저 정부 주도하에 조직체계를 구축했다. 이것을 벤치마킹해서 국방부는 2007년에 국유단을 창설했다. 이후 미국과의 지속적인 협력과 자체 노력을 통해 이제는 미국 못지않은 발굴 및 감식분야 기술력을 갖췄다. 한미는 매년 2~4회 양국을 오가며 협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북미가 공동발굴한 유해 중에서 국군으로 확인된 유해의 공동감식을 위해 전문 인력 3명이 DPAA를 방문했는데, 이때 공동감식 결과에 의해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 64위의 유해가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셋째는 발굴유해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유해발굴 사업은 조사 및 탐사, 발굴 및 수습, 신원확인, 후속조치 4단계로 진행된다. 신원확인을 위해 범의인류학적 감식 등 다양한 장비와 기술로 정밀감식을 진행하고, 유해의 DNA와 유가족 유전자의 비교분석을 과학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국유단은 발굴 유해에 대한 유가족 찾기 전담팀을 증원, 유가족 장려금 제도 확대 시행 등을 통해 최단 기간 내 최대한의 유가족 DNA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신원확인을 위해선 전문성 향상 노력 역시 필요한데, 신원확인율 향상을 위해 공동연구와 학술교류 등 상호협력을 위해 지난 11월 초 국유단과 고려대 간 업무 협약을 맺고 전문가 교육과정을 개설하기로 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남북평화와 화해시대,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이 요구된다. 국유단에 의하면 안타깝게도 1만여 전사자 유해를 발굴했지만 대다수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국유단 국선제에 모셔져 있다. 전사자 유해발굴사업과 발굴 유해들을 가족 품으로 온전히 돌려드리기 위해 유가족 DNA 시료채취가 절실한 만큼 국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다. 궁극적으로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실효적 성과 달성을 위해 투입되는 장병들의 안전에 각별히 유념해야 하며 남·북·미가 공동유해발굴사업을 서둘러야한다. 차가운 북녘 땅에 묻혀있는 호국영령들이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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