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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억달러 유치” 발표…실제 송금액은 50억달러 그쳐
인천경제청은 지난달 15일 ‘개청 15주년 비전·전략’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올 9월 기준 외국인 직접투자 누적 금액을 118억달러(한화 13조3100억원)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외국기업이 실제 투자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투자하겠다는 투자계획을 국내 은행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신고한 금액이다.
인천경제청 개청 시점인 2003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신고된 118억달러 가운데 실제 국내 법인으로 송금된 돈은 50억달러(5조6400억원·42.3%)이다. 나머지 68억달러(7조6700억원·57.7%)는 미송금 상태다. 대부분은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경제청은 매달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투자유치 프로젝트 진행상황’ 자료에서도 2015년 15억달러, 2016년 15억달러, 2017년 9억달러, 올해 10월 현재 13억달러 등 4년간 52억달러를 투자유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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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분기마다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을 집계해 발표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신고액과 국내에 송금된 도착액을 병기해 실제 투자규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모(38·인천 남동구)씨는 “경제청 자료를 보고 118억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이해했다”며 “실제는 신고액의 절반도 투자되지 않은 것인데 경제청이 외국인 투자금액을 118억달러로 표기한 것은 시민을 속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적 부풀리기 아니냐”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이 투자를 유치했다’라는 표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내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함께 노력한 산자부, 코트라, 인천시 등 다른 기관은 배제한 채 마치 홀로 투자를 유치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투자 신고는 투자 이전 행위이다. 외국인의 투자 의향을 확인할 수 있지만 투자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신고액은 투자가 계획된 금액일뿐이다. 투자금 실적은 도착액을 기준으로 집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신고액 자체만으로도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외국기업은 투자금을 신고한 뒤 단계적으로 투자히기 때문에 도착액이 일부 적을 수 있다. 신고액이 주요 성과가 되기 때문에 신고액 기준으로 투자 유치 실적을 홍보했다”고 반박했다.
◇경제청장 14차례 해외출장에 수억원 펑펑
지난 2014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4년 10개월 동안 인천경제청장 3명(김진용 현 청장·이영근 전 청장·이종철 전 청장)은 14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해외 기관이 항공료 등을 부담한 1차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13차례의 경제청장 출장비(항공료+숙박비+식비)로만 7700만원을 지출했다. 수행직원 45명(누적기준)의 항공료 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2억900만원이나 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진용 청장은 올 10월까지 1년 1개월 동안 6차례 해외출장길에 올랐다. 두달에 한번꼴이다.
문제는 경제청장의 해외출장이 사업유치 등 실제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여주기 식 해외출장에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김 청장은 지난해 12월11~15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랑룬 인터네셔날과 영종도 미단시티 유보지 매매를 협의하고 복합리조트를 포함한 영종 다이아몬드시티 사업협약을 체결했지만 이 사업은 올 3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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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경제청장의 해외출장 결과 보고서를 보면 경제청장 활동이 투자 홍보, 시찰, 협의, 제안 등으로 추상적으로만 표현되고 투자 유치 성과가 없다”며 “경제청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해외 투자 현황을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해외출장 성과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경제청장들이 해외출장에서 어떤 노력을 했고 투자 유치 등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경제청장들이 해외에서 투자 홍보를 하는 것은 투자 유치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며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나중에라도 투자 유치, 교육기관 유치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