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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국내 1위 '프로바이오틱스' 고향…쎌바이오텍 공장을 가다

강경훈 기자I 2018.10.25 01:00:00

쎌바이오텍 경기 김포 공장
균주 탐색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 자체 시행
자체 발견 균주 20종 상용화
'프로바이오틱스 항암제' 세계 최초 도전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쎌바이오텍 분자생물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미생물과 단백질을 분석하고 있다. (제공=쎌바이오텍)
[김포(경기)=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24일 오전에 찾은 경기 김포 쎌바이오텍(049960) 본사. 국내 1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인 ‘듀오락’ 브랜드를 만드는 곳으로 미생물과 단백질을 연구하는 시설을 비롯해 균을 최적의 상태와 최대의 양으로 키워내는 발효동, 배양한 균을 이용해 캡슐·스틱·개별포장 정제 등 제품을 만드는 완제품 공장 등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여 있었다. 이 곳의 도로명 주소는 ‘월곶면 애기봉로’로 공장은 북녘땅이 바라다 보이는 애기봉에서 불과 3㎞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김진응 연구소 파마바이오틱스담당 부문장은 “23년 전 회사를 설립할 당시 자금 사정에 맞는 곳을 찾다보니 북녘땅에 인접한 곳에 정착하게 됐다”며 “이후 프로바이오틱스 효과가 알려지고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김포시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기능식품 중 경쟁이 치열한 아이템이다. 통상적으로 업체들이 외국에서 균을 수입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반면 쎌바이오텍은 균을 찾는 연구에서부터 균을 최적의 상태로 키우는 환경을 개발, 배양하는 과정을 거쳐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김진응 부문장은 “특정 효과를 내는 균주와 이에 맞는 최적의 생육조건을 찾는 것이 미생물 연구의 원천기술”이라고 말했다. 독자적인 기술 덕분에 이 회사는 매출 중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거둬들인다. 국산 프로바이오틱스 수출 중 거의 대부분을 쎌바이오텍이 담당한다. 현재까지 직접 찾은 균 중 △아토피 △혈행개선 △성장촉진 △체중감량 △알코올분해 등 특정 기능이 있는 균 20개를 상용화했다.

미생물 공정의 핵심인 발효동에 들어가니 후끈한 열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윤철 발효생산본부 발효팀 차장은 “미생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살균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증기 때문에 발효동 내 온도가 높다”며 “막걸리 익는 것과 비슷한 특유의 냄새는 미생물이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발효탱크를 이용해 균을 키운다. 20가지 균주 중 하루에 한 가지 균만 키운다. 이 차장은 “온도와 먹이, 산도(pH) 등이 균마다 모두 달라 오히려 하루에 하나씩만 키우는 게 효율적이고 오염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양을 마치면 배양액에서 균만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쎌바이오텍은 이 과정에 필요한 연속식 원심분리기를 2대 보유하고 있다. 한 대에 2억~3억원이나 하는 고가 장비로 1분에 7300번 회전하며 균을 분리한다. 분리한 균은 특허받은 이중코팅 공정으로 처리한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산성에 약하기 때문에 위산을 견디기 위해 다당류로 코팅을 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위산을 견딘 이후 장에서 분해가 되지 않아 그대로 변으로 배출된다는 것. 쎌바이오텍은 단백질과 다당류를 이용해 위에서는 유산균을 지켜주지만 장에서는 이 코팅이 풀려 균이 활동할 수 있도록하는 이중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위산의 공격으로부터 균을 보호하는 동시에 급속 동결에서도 균을 보호할 수 있다. 이 차장은 “균은 온도변화에 예민해 동결건조를 하면 많은 양의 균이 죽는다”며 “이중코팅을 하면 이런 외부의 변화에도 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속 동결을 마친 뒤에는 균을 말리는 건조과정을 거치는데 쎌바이오텍은 이 때에도 동결건조 방식을 쓴다. 이 차장은 “동결건조는 살아 있는 균을 손상 없이 최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며 “원료 생산 과정 중 동결건조에만 4~5일이 걸릴만큼 중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건조가 끝나면 파우더 형태의 균이 완성된다. 말라 있지만 균은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모균을 배양해 원료를 만들고 검사하는데까지 보름이나 걸린다.

쎌바이오텍은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신약 개발도 진행 중이다. 그것도 의약품 중 최고 기술력을 요하는 항암제다.이 회사는 ‘락토바실러스 람노수스’(CBT-LR5)라는 유산균에서 분리한 특정 단백질 ‘P8’이 대장암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고 이 균의 특정 염기서열을 조작, P8을 많이 만들 수 있게 구현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약으로는 세계 최초다. 김 부문장은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세포와 동물실험으로는 항암 효과를 확인 했고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신청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오직 미생물만 연구한다. 김 부문장은 “젖먹이부터 성인까지 라이프 사이클의 각 연령대에 맞춘 제품을 비롯해 여행, 숙취, 임신 등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어떤 상황에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에 위치한 쎌바이오텍 공장 안에서 한 직원이 배양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을 건조하고 있다.(제공=쎌바이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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