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후폭풍으로 엉뚱하게 신용카드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의 하나로 카드수수료 인하가 또 도마에 오른 탓이다. 당국이 혈세를 축내가며 수수료 없는 ‘페이(pay)’를 앞다퉈 도입하려는 것도 카드업계에는 커다란 위협이다. 여기에 핀테크에 의한 결제시장 잠식과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압박까지 겹치면서 카드업계가 돌연 위기감에 휩싸인 모양새다.
카드수수료는 지난 11년간 9차례나 내렸으니, 연례행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정부가 만만한 카드업계의 팔목을 비틀어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2년부터는 ‘신(新)신용카드 기맹점수수료’ 체계에 따라 정부가 3년마다 원가분석을 통해 수수료율을 조정하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가맹점수수료는 2007년 4.5%에서 현재 0.8%(영세)와 1.3%(중소)까지 인하됐다. 작년에 영세 및 중소가맹점 범위가 각각 연매출 3억원 이하 및 3억~5억원으로 확대된 것도 사실상 수수료 인하에 해당된다.
금융위원회는 연말까지 자료를 분석해 내년부터 새 수수료율을 적용할 예정이지만 최저임금의 영향으로 인하 압박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 상태다. 이달 말부터 결제대행사에 지급하는 밴(VAN)수수료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 음식점, 편의점, 제과점 등 소액결제가 많은 골목상권은 수수료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소액이라도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매출 위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카드업계에 부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수료 면제·우대를 요구하는 법안이 국회에 14건이나 계류돼 있어 카드업계로서는 죽을 맛일 게다. 이러다 신용사업은 아예 포기하고 대부업체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마저 팽배한 형국이다. 업계가 “더 이상은 여력이 없다”며 청와대와 여당의 수수료 인하 요구에 전례 없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수수료가 잘못됐다면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최저임금 과속의 후유증을 엉뚱하게 기업의 갑질로 호도하는 꼼수를 쓴대서야 설득력이 떨어진다. 무리가 또 무리를 낳는 악순환을 정부는 즉각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