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기대 심리인데…文정부, 비관적 인식 너무 키워"

김정남 기자I 2018.07.16 05:00:00

학계 원로 조장옥 명예교수의 쓴소리
文, 불필요한 정책 너무 많이 내놔
미래 불안한 기업들, 투자 꺼린다
소득주도 성장, 경제 문외한의 주장
해외 유명 학자들도 당황스러워 해
모든 규제를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규제 개혁 획기적으로, 지금 해야

거시경제학계의 원로로 손꼽히는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우리 경제 구조가 생각보다 더 취약한 것 같다”고 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우리 경제 구조가 생각보다 더 취약한 것 같다.”

거시경제학계의 원로로 손꼽히는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66·전 한국경제학회장)는 1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그래도 우리 경제가 최근 정도의 충격은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 놀랍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교수는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해 ‘정책적 요인’을 들었다. “문재인정부가 불필요한 정책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든 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조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는데 대해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전년 대비 10.9%↑)으로 의결했다. 2년째 두자릿수 이상 상승 폭이다.

그는 “요즘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 경제는 다 괜찮다는 것 아니냐”며 “우리 경제만 위축된 건 대내적으로 경제를 잘못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저임금 정책으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wage-led growth)에 대해 “빨리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 경제구조 예상보다 취약해 놀라”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2분기 3.9%(미국 노동통계국)까지 떨어졌다. 일자리가 넘쳐흘러 오히려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는 부러운 사례다. 이웃나라 일본도 상승 국면에 있다는 게 경제계의 평가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경기 상승 국면 지속기간(2012년 12월~2018년 6월, 67개월)은 과거 확장기 평균(36.2개월)을 상회하고 있다.

조 교수는 특히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 “경제적으로 어떻게 성장이 이뤄지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득을 (계층별로) 이리저리 옮겨서 성장할 수 있다면 가난한 나라는 왜 생기겠는가. (수십년간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그런 이론은 들어본 적도 없다. 최근 한 학회에서 해외 유명 학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소득 주도 성장론을 듣더니 당황스러워 하며 웃더라.”

조 교수는 “경제는 기대이고 심리”라며 “미래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기업은 당연히 투자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가 비관적인 인식을 너무 키우고 있다”고도 했다.

조 교수는 그 연장선상에서 고용 부진도 걱정했다. 그는 “고용 측면에서 충격이 커 보인다. 서비스업 쪽도 부진하다”며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성장은 요원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올해 신규 취업자 수 전망치를 기존 26만명에서 18만명으로 큰 폭 낮췄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1.2%)도 지난해(14.6%) 대비 급락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분리해야 한다”며 “경제는 보수적으로 자유롭게 풀어주되, 세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사회안전망은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이데일리DB


◇“文정부, 포용적 성장론 구체화해야”

조 교수에게 정책 대안을 물었더니, 크게 두 가지가 돌아왔다. △포용적 성장론(inclusive growth) 정책의 구체화 △일괄적인 규제 네거티브화(법률 등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 등이다.

“포용적 성장은 괜찮은 개념이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분리해야 한다. 경제는 보수적으로 자유롭게 (시장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풀어주되, 세금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 사회안전망은 확충해야 하는것이다.”

포용적 성장론은 복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과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가장 큰 차이는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경제계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유독 ‘시장 가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조 교수는 “포용적 성장의 정책 방향을 구체화 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구호에만 그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아울러 규제 개혁을 하려면 ‘획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을 개정하든 특별법을 만들든 해서 모든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네거티브 방식으로 한다고 정해야 한다. 그러면 모든 법 규제들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 방식이 아니라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막혀) 규제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부는 규제가 어디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다.”

조 교수는 또 우리 경제의 둔화를 ‘선진국형 저성장’으로 규정한 뒤 규제 개혁과 함께 노동 개혁, 교육 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끝으로 ‘김동연 경제팀’의 지난 1년에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청와대에서 사사건건 간섭을 하니 정부가 잘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청와대는 헌법에 보장된 각료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일할 공간을 주고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조 명예교수는…

△1952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석사·박사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계량경제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홍콩 과학기술대 교수 △민간금융위원장 △한국경제학회장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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