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이언스지, 韓 연구 게재.."남극 온난화 빨라질수도"

최훈길 기자I 2018.06.14 03:00:00

해수부 극지연구소·NASA 연구팀, 빙붕 붕괴 최초규명
"해수면 상승, 빨리 진행될수도"..정부, 침수 대책 검토

미국의 랜드샛 위성 영상으로 관측한 남극의 난센 빙붕의 붕괴 모습. 오른쪽 사진을 보면 난센 빙붕의 끝부분에서 거대한 빙산(A·B)이 떨어져 나갔다. A 빙산은 여의도 면적의 52배(150㎢)에 달한다.[출처=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남극의 빙붕(얼음) 붕괴, 해수면 상승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남극 온난화가 빨라져 해수면 상승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와 국제공동연구팀이 ‘장보고과학기지 주변 빙권변화 진단, 원인 규명 및 예측’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 같은 연구가 학술지 미국 사이언스 어드밴스지 6월호에 게재됐다고 14일 밝혔다. 국제공동연구팀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캐나다 워털루대, 미국 컬럼비아대·텍사스대가 참여했다.

빙붕은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200m~900m 두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다.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빙붕의 두께가 얇아지거나 붕괴되는 모습은 여러 차례 관측됐지만 붕괴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는 밝혀진 바 없었다. 이번에 극지연구소는 붕괴 시작·과정을 규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빙붕 밑바닥에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바닷물로 빙붕이 녹고 움푹 파인 물골(basal channel)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후 빙붕의 윗부분도 움푹 파이게 되고 두께가 점차 얇아져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 균열이 점차 커지면서 빙붕이 붕괴된다.

연구팀은 재작년 4월에 붕괴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난센 빙붕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인공위성,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관측한 자료 등을 활용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원상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장은 “지구온난화로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빙붕의 붕괴 속도가 증가하면 해수면 상승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만욱 해수부 해양개발과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해수면 상승 예측을 위한 연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연안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측모델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빙붕에 균열이 생겨 붕괴가 일어나는 과정.[출처=해양수산부, 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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