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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수상 얼떨떨…행복 찾고픈 소년 마음 通했죠"

장병호 기자I 2018.02.12 05:30:00

연극 '손님들' 연출 김정·배우 김하람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대상 주인공
金연출, 용기 내 만든 첫 번째 창작극
金배우, 데뷔작 '손님들'서 눈도장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대상과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연극 ‘손님들’의 연출가 김정(오른쪽), 배우 김하람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shdmf@).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얼떨떨했다. 처음 상을 받는다고 했을 때는 마냥 기분이 좋아했는데 다른 곳에서도 상을 받는다는 소식이 들려오니까 이래도 되는 건가 싶더라. 그래도 좋은 작품이니까 당당하게 상을 받자고 생각했다(웃음).”

최근 서울 중구 이데일리에서 만난 연출가 김정(34)과 배우 김하람(22)의 표정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 두 사람이 지난해 함께 한 연극 ‘손님들’은 연극계 각종 상을 휩쓴 화제작이었다. 월간 한국연극의 ‘2017 공연 베스트7’와 한국연극평론가협회의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이어 제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신인연출상을 받았다. 극본을 쓴 극작가 고연옥은 이 작품을 제11회 차범석희곡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23일 막을 내린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는 연극부문 최우수작에 선정된데 이어 연극·클래식·무용·국악·뮤지컬·콘서트 등 공연예술 전반을 아울러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대상의 영예까지 함께 안았다. 김 연출과 김하람은 “‘이데일리 문화대상’까지 받으니 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대상과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연극 ‘손님들’의 연출가 김정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shdmf@).


◇창작극 첫 도전…열정으로 무대에

공연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 어려운 제작 여건 속에서 좋은 작품을 올리겠다는 열정만 가득했다. 그 열정이 수상과 호평으로 이어졌다. 김 연출은 “적은 제작비로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내가 생각한 것이 무대 위에 그대로 구현된 순간을 만나게 돼 스트레스도 잊을 수 있었다”고 공연 당시를 떠올렸다.

‘손님들’은 김 연출이 또래 연극인들과 함께 모여 만든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작품이다. 지난해 1월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연극센터 유망예술지원 ‘뉴스테이지’ 선정작으로 초연한 뒤 수정과 보완을 거쳐 9월 대학로 예술극장 오르다에서 재공연했다. 이데일리 문화대상 심사위원단은 “젊은 민간단체에서 적은 제작비로 연극적 완성도와 대중적 재미 고루 갖춘 작품을 만들었다”면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고전극과 번역극을 주로 연출했던 김 연출이 처음 도전한 창작극이었다. 김 연출은 “신진 연출가 지원사업이 점점 줄어들고 있던 분위기였는데 고 작가님이 ‘내 작품을 줄테니까 지원해보라’고 권해 작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존속살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김 연출은 “주인공 소년의 아픈 마음을 무대에서 마음껏 펼쳐보이는 작업이 힘들면서도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하람에게도 ‘손님들’은 첫 도전이었다. 서울예대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하고 있는 김하람은 ‘손님들’의 재공연에서 주인공 소년 역으로 배우로 처음 무대에 섰다. 김 연출은 “하람이는 말투나 행동에서 보통 사람과 다른 ‘아웃풋’이 있어 인상에 남아 있었다”며 “캐스팅을 바꾸면 작품 색깔까지 달라지기에 고민도 있었지만 하람이가 소년 역에 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하람은 “다른 선배 배우들의 연기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중심을 잘 잡자는 부담을 이겨내며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연극 ‘손님들’의 한 장면(사진=프로젝트 내친김에).


◇한태숙·김정호 연극으로 이끌어

김 연출과 김하람에게는 중견 연극인의 영향으로 연극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연출은 연출가 한태숙이 이끄는 극단 물리에서 조연출로 연극을 배웠다. 김하람은 중견 연극배우 김정호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연극판을 자주 누볐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의 김 연출이 공연에 매료된 것은 국립극장에서 안내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였다. 창작과정을 함께 경험해보고 싶다는 궁금증과 호기심에 극단 물리에 들어갔다. 김 연출은 “한태숙 선생님의 대표작 ‘레이디 맥베스’를 싱가포르예술축제에서 본 뒤 연극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김하람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 장래희망이 연극배우였다. 지금의 꿈은 연극 연출이다. 김하람은 “‘손님들’을 통해 무대 위에서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면서 “앞으로도 무대 위에서 연극을 더 즐기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공연예술센터 씨어터카페에서 선보인 ‘이 아이’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공연을 중단당해 연극계에 이름을 알렸다. 검열 사태를 직접 겪은 탓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지난해 초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블랙텐트를 통해 연극인과 연대하며 용기를 얻었다. ‘손님들’도 그런 용기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손님들’은 오는 6월 국립극단을 통해 다시 한 번 재공연에 오른다. 김하람은 이번 공연을 위해 올해 3월로 예정됐던 군 입대를 미뤘다. 김 연출은 “‘손님들’의 키워드는 행복”이라면서 “욕망이 병이 되는 시대에 그런 병을 알지도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작품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신선하고 색다른 배우 김하람을 다시 만날 기회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대상과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연극 ‘손님들’의 배우 김하람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shdmf@).
‘제5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대상과 연극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연극 ‘손님들’의 연출가 김정(위쪽), 배우 김하람이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이데일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shd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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