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년]⑤일본은 지금…"2025년엔 계산원 찾지 마세요"

강신우 기자I 2018.01.19 05:30:00

편의점산업협회·이데일리 공동기획 ''편의점 30년''
최저임금 인상 생존법 편 : 편의점 선진국 일본은
장바구니에 넣으면 계산 척척, 2025년까지 무인 계산대 도입
무인점포 확장해 인건비 줄여…고령화로 이동식 편의점 인기

일본 편의점 로손 다케마스 사나노부 사장이 지난해 4월 도쿄도내 실험시설 ‘로손 이노베이션 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고객이 전용바구니를 들고 원하는 상품을 넣는다. 바구니는 담긴 상품 하나하나를 자동으로 인식한다. 장을 다 본 뒤엔 바구니를 무인 계산대에 올려 놓으면 자동으로 가격이 합산 청구되고 장바구니 밑의 뚜껑이 열리면서 포장도 된다. 고객은 신용카드로 결제만 하면 쇼핑 끝. 직원의 도움 없이도 상품의 계산과 포장이 끝난다.

먼 날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2년전 일본에 있는 편의점 로손에선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6년 12월12일 오사카 모리구치시의 ‘로손 파나소닉’ 지점에선 상품 정산부터 포장까지 다 해주는 자동화 기기 ‘레지로보’를 도입해 선보였다. 레지로보는 레지스터와 로봇의 합성어다. 고객이 바코드 리더가 부착된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상품을 사면 바코드가 저절로 입력되는 식이다.

로손은 또 지난해 7월부터 다다미 한 장(약 9.9㎡) 정도 공간에 진열대와 무인 계산대를 설치한 ‘쁘띠 로손’을 도입했다. 비록 일반 편의점보다 좁은 공간이지만 냉장고 등 필요한 건 모두 갖췄다. 또 현금 대신 스마트폰과 IC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 로손은 올해까지 ‘쁘띠 로손’을 지금보다 4배 늘려 최대 1000곳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도 현재 50개 정도인 무인 편의점을 다음 달까지 100개로 두 배 늘릴 전망이다.

로손 뿐만이 아니다.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뉴데이즈 등 일본 주요 편의점 5개사는 무인 편의점 경쟁 중이다. 2025년까지 전 점포에 무인 계산대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단순 계산만 하는 인력은 사라지게 된다.

자판기 편의점을 도입한 곳도 있다. 훼미리마트는 직장인을 위해 사무실이 밀집한 건물에 자판기 편의점을 열었다. 주로 점심 도시락이나 샐러드 등을 파는 자판기 편의점은 현재 일본 전역에 2100대 이상 설치돼 있다. 자판기 편의점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어 내년이면 3000개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훼미리마트 관계자 “기업이 사내 식당이나 매점 설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판기 편의점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일본 편의점 업계가 무인 편의점과 자판기 편의점 등을 확대하는 이유는 편의점 업계가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5만5000개를 넘어섰다. 반면 편의점 수익성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 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를 찾는 고객 수는 지난해 11월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개월 연속 감소했다. 당분간 일본 편의점 업계는 소규모 무인 점포를 확장해 인건비(시급 8200원)와 임대료 등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한 노인 요양원에서 영업 중인 세븐일레븐 이동식 편의점. (사진=세븐일레븐)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위한 노력은 또 있다. 찾아가는 편의점이다. 노인 인구 비율이 27%에 달하는 일본은 최근 노인 생활 지원과 이동식 편의점에 주목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가 트럭을 이용해 약 400여종의 물건을 싣고 도심 외곽이나 지방을 돌아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물건을 판다. 생활 지원 서비스는 덤이다.

이를테면 한 고객이 “거실 전구를 갈아 끼워야 하는데 사람 좀 불러주세요”라고 요청을 하면 이동식편의점주가 관련 업체 직원을 대신 불러다 준다. 현재 로손은 올해 이동식 편의점을 400대로 늘리고 2020년에는 12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도 각각 35대와 18대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에선 고령화로 밖에 나가 쇼핑을 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이동식편의점의 편의성과 생활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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