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무술년 새해 벽두부터 부동산시장은 온통 집값 얘기뿐이다. 지난해 5월 조기 대선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거의 매달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서울 아파트값이 11%나 올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정부는 올해 최후의 보루였던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 카드마저 꺼낼 태세다.
집값 과열과 규제가 뒤섞인 주택시장 혼란 속에 쏙 빠진 것이 하나 있다. 국내에서 전월세로 사는 835만 임차가구(전체가구 43%)의 주거 안정 대책이다. 당초 11·29 주거복지 로드맵에 세입자 보호를 위한 핵심 장치인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담길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무위로 끝났다. 2017년 마지막 부동산 대책인 12·13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는 임기 4년 차인 2020년 이후에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을 밝힌 것이 전부다.
국토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는 기간은 평균 3년6개월이다. 과거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3% 급등했다. 이처럼 주거 불안이 심각한데도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차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논리를 펴고 있다. 2년마다 ‘미친 전셋값’에 등 떠밀려 떠도는 전세난민의 목소리에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올해는 전국에서 44만가구에 달하는 사상 최대 입주 물량이 쏟아져 전셋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서울은 다르다. 올해 입주 물량은 3만 4000가구로 전년보다 7000여가구 늘어나는데 그친다. 오히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쏠린 수만 가구의 재건축 이주수요를 감안하면 국지적인 전세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 5100만원으로 2년 전에 비해 4500만원이나 올랐다. 국내 근로소득자 평균 급여액(3360만원)의 1.5배에 달한다. ‘강남, 다주택자, 집값 과열’에 온갖 신경이 팔린 사이에 전셋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안전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