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창업 10년만에 국가대표 팹리스업체 일군 기업인

김정유 기자I 2017.02.14 05:00:00

창업 10년만에 매출 2000억 돌파...반도체 핵심부품 국산화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 인터뷰
창업 4년만에 1000억원 매출... PMIC 국산화로 업계 주목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단기간 성장... 美나스닥-코스닥 상장 검토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 대표가 2007년 창업한 실리콘마이터스는 창업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 팹리스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사진=실리콘마이터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던 2007년 창업해 4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강소기업이 주목을 받고있다. 국내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업체로 도약한 실리콘마이터스다.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전력관리통합칩(PMIC)를 국산화시키며 사업을 확대해 창업 10년만인 지난해 연매출 2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우뚝 섰다. PMIC는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에 장착된 칩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는 반도체다.

실리콘마이터스 매출액 추이.
◇전력공급 제어 필수 반도체 PMIC 국산화… 창업 4년만에 매출 1000억원 돌파

1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만난 허염(66) 실리콘마이터스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돈만 버는 큰 기업을 만든다기보다 ‘의미있는 기업’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경영을 했다”며 “적어도 우리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목표로 올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해외에서 더 큰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팹리스 업체는 반도체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다. 반도체 제작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파운더리(Foundry) 업체와 달리 생산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자산(IP) 제공에 대한 대가로 수입을 얻는다. 반도체 설계자산을 파운드리 업체에 공급할 때 라이선스 매출이 발생하고 파운드리가 이를 활용해 만든 반도체를 판매할 때마다 수익이 나오는 형식이다. 미국의 퀄컴과 브로드컴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팹리스 업체다.

의미있는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55살에 ‘장년 창업’에 나선 허 대표는 1990년대 삼성전자 컴퓨터부문 개발이사, 2000년대 초반 하이닉스 부사장과 매그나칩반도체 대표 등을 역임하면서 반도체 업계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왔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 스탠포드대학 공학박사 등의 타이틀로 국내외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과 두루 교류를 쌓았던 점도 창업 초기 600만 달러 규모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해외 인적 네트워크들로 인해 창업 초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경영할 수 있었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실리콘마이터스는 국내 팹리스 업계에서도 스마트기기의 전력공급을 제어하는 필수 부품 PMIC를 국산화한 업체로 2007년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PMIC는 최근 급격히 성장 중인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도 고성능·고효율 제품들이 늘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PMIC 개발을 통한 성공은 20여년 이상을 반도체 업계에서 근무하며 잔뼈를 키운 허 대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밑바탕이 됐다. 허 대표는 “2007년 창업을 하고보니 PMIC의 중요성이 커질 것은 자명한데 국내 업체들 중 아무도 하는 곳이 없더라”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구멍을 우리가 메울 수 있겠다고 생각해 과감히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발 팹리스 업체로 뛰어든 만큼 기존 업체들이 하던 똑같은 제품을 갖고 경쟁할 수는 없을 것으로 봤다”며 “처음엔 주변에서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PMIC 개발에 집중해 성공적으로 국산화했다”고 덧붙였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가 <이데일리>와 만나 경영 성공 비결과 향후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실리콘마이터스)
◇지난해 매출 2000억원 ‘승승장구’… 비결은 아낌없는 ‘R&D’ 투자

실리콘마이터스의 초창기 매출은 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창업 4년만에 1000억원을 돌파하더니 지난해에는 20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3년 60억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이익도 2015년 기준 119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도 높이고 있다. 사업 목표와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뚝심있게 추진하는 허 대표의 리더십이 한 몫을 톡톡히 했다.

허 대표는 “과거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있을 때 신규사업을 많이 추진해봐서 그런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겁을 안내는 편”이라며 “창업 초기 국내 LC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PMIC가 국산화가 전혀 안돼 있다는 점을 파악, 이들을 타깃으로 진입전략을 짜 영업을 전개했더니 계획대로 빠른 시일 안에 매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경영전략과 최고경영자(CEO)의 뚝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팹리스 업체의 성공은 연구개발(R&D)과 뗄 수 없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실리콘마이터스는 매년 매출액 대비 20% 이상을 R&D에 쓰고 있다. 허 대표는 “미래에 대한 준비 차원에서 R&D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많이 해야한다는 것이 내 철칙”이라며 “2014년 LCD쪽 매출이 떨어지며 업황이 좋지 않았을 때에도 스마트폰 핵심부품 분야에 오히려 투자를 많이 했다. 당시에는 실적이 다소 줄었지만 당시의 투자로 모바일 분야 매출이 올라오면서 지난해 실적에 큰 도움을 줬다”고 언급했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입장에서 불량률을 개선하는 것도 팹리스 업체의 지속적인 숙제다. 허 대표는 “고객사가 원하는 원하는 제품을 기한에 맞춰 낮은 불량률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설계를 시원치 않게 하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만큼 검증이 매우 중요한데 실리콘마이터스의 불량률은 0.1PPM, 즉 100만개 중 1개 정도 불량이 나오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공급처 다각화 목표… 美 나스닥-코스닥 중 상장도 검토

실리콘마이터스의 수출 규모는 약 2억 달러(한화 2296억원) 수준이다. 자사 설계 반도체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들어가는 만큼 간접수출액이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한 직접수출액 비중은 전체 매출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허 대표는 장기적으로 이같이 한쪽에 쏠려있는 공급처를 다각화해 직접수출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 실리콘마이터스는 현재 해외시장 매출 가운데 15% 정도를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선두업체에 공급을 시작했다.

그는 “창업 초기 핵심제품 국산화부터 하고 해외로 사세를 확장하자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며 “삼성과 LG 이외의 매출 비중을 늘려 해외에서도 더 많은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해외에서는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해 일부 미국, 유럽업체들이 인수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IoT 제품군이 확대되면서 PMIC 기술 수요가 높이지고 있는만큼 중국과 미국에서 좀더 판을 키워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공개(IPO)도 허 대표의 목표 중 하나다. 허 대표는 “미국 나스닥과 국내 코스닥 시장을 놓고 IPO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며 “단순히 IPO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후에 더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때문에 올해는 좀더 내실을 다져 자체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염 대표는... 1952년생으로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학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땄다. 1989년 삼성전자 컴퓨터부문 개발이사를 거쳐 2000년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을 역임한다. 2004년에는 하이닉스에서 나와 매그나칩반도체 대표를 역임했고 대외 활동으로는 공학학림원 회원 및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을 지냈다. 2007년 2월 현 실리콘마이터스를 창업해 대표직을 맡고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