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으려면

조영훈 기자I 2015.05.03 06:00:00
[데스크 칼럼]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으려면

조영훈 이데일리 산업부장 겸 부국장

주가만 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엇갈린 길을 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랜만에 오고 있는 유동성 장세에서 건강식품이나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보다도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동성 장세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증시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현상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뉴욕 증시 랠리의 선두에 애플이 서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애플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며 거침없는 질주를 통해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애플의 랠리는 삼성전자 노트4를 밴치마킹한 아이폰6플러스와 애플워치 덕분이며,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의 아이폰 열풍때문이기도 하다. 삼성보다 값싼 부품을 쓰고 AS도 더 엉망인 애플이 삼성전자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갤럭시 엣지를 내놓은 삼성전자보다 애플 주식이 더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번 갤럭시 시리즈는 하드웨어적인 완성도에서는 아이폰과 비교되지 않는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엣지 디스플레이부터 사랑스러운 칼러, 품위있는 케이스까지 무엇 하나 모자림이 없을 정도다.

글로벌 판매 추이를 지켜봐야 겠지만 국내에서의 반응은 생각보다는 미지근한 편이다. 통신사에게 유리하고 제조사에 불리한 단통법 때문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요금을 할인해주는 정도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모를까 요즘같은 체감(?) 불경기에는 더욱 그렇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치이고 화웨이 같은 중국업체에 쫓기는 처지라는 비관적인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삼성은 누가 뭐래도 전세계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삼성의 완성도를 따라잡을 업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휴대폰에 사용하는 핵심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조달해 맞춤형 제품까지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는 애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삼성이 애플을 따라잡고 초격차를 확보한 ‘1등’이 될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분명 있다. 아이폰 탄생과정을 보면 힌트가 될 것도 같다. 지금은 SK텔레콤의 자회사로 편입된 아이리버의 MP3 기술이 없었다면 아이폰은 애초에 탄생할 수 없었다. CD가 사라지고 음원을 소비하던 시장에서 애플은 대중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이튠스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공유하도록 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SNS를 시장을 창출했던 것이다. 애플은 일찌감치 문화를 판매하는데 눈을 떴던 셈이다.

삼성 LA 스튜디오(사진=AFPBBNews)
갤럭시 시리즈의 하드웨어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음질이다. 번들 이어폰으로 MP3 음악을 들어보면 고품격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필자만의 주관적인 생각일까. 마찬가지로 내장 카메라의 기능을 높였지만 그래도 명품과는 거리가 있다. 갤럭시 시리즈를 소유하는 것이 문화적인 코드가 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인 셈이다.

삼성이 과거 하이엔드 시장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있다. 오디오 애호가라면 모두 아는 마크레빈슨과 같은 ‘하이엔드 사운드’에 도전해 ‘엠페러’라는 명품을 내놨지만 실패로 끝났다. 미러리스카메라 분야에서 삼성은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삼성이 인수했던 롤라이와 우주에서 사용됐던 슈나이더 브랜드는 더 이상 삼성 것이 아니다. 죽다가 살아난 소니는 이미지센서와 미러리스카메라로 무장하고 재기를 꿈꾸고 있다. 캐논과 니콘에 뒤처져 가전제품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소니 카메라의 약진은 ‘칼 자이스’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 가능했다. 소니의 재기는 아베 덕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에는 문화를 판매한다는 애플식의 벤치마킹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이기려면 문화에 눈을 떠야 한다. 밀크의 글로벌 버전도 고민하고 MP3가 아니라 192K의 고품질 음질(스튜디오 수준)을 갤럭시에 구현해야 한다. 카메라 역시 라이카와 제휴해서라도 최고 품질과 함께 감성을 팔아야 한다. 소비자는 금으로 만든 애플워치가 아니라 얇디얇은 롤렉스 오토매틱 시계를 원한다. 명품 갤럭시 기어도 삼성이 아닌 롤렉스, 오메가, 브라이틀링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 사회의 핵심 코드는 콜라보레이션이다. 삼성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장악하는 첫번째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삼성 경영진이 ‘삼성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고 제품에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문화 코드를 심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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