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앞에 장사 없다..'주가 싸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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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소현 기자I 2014.10.13 06:31:00

불안한 대외변수..PBR 1배 무용론
한국 이번에도 ATM 역할..베어마켓론 솔솔

[이데일리 권소현 김인경 기자] 국내 증시 대표주 중 주가가 장부가에도 못 미치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지금 당장 회사를 청산하고 자산을 매각해도 주가만큼은 가격이 나올 정도로 싼데도 매도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은 곧 끝나는데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자, 다시 약세장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자들도 선뜻 주식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 PBR 현황(FN가이드)
◇공포 앞에 장사 없다..장부가 밑돌아도 외국인은 매도


12일 FN가이드에 따르면 우선주를 제외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6개 종목의 PBR이 1배를 밑돌았다. 시총 2위인 현대차의 경우 PBR이 0.96이었고 한국전력과 포스코도 0.6배 수준에 불과했다. KB금융은 0.5배에 그쳤다.

이렇게 주가가 싸졌는데도 주식 사들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월 장기 박스권 돌파를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현대차를 1263억원어치 순매도했고 포스코와 한국전력도 각각 444억원, 286억원 어치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대형주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한국 주식 팔자에 나섰다. 지난달 6개월 만에 매도로 돌아서 6200억원 어치 팔아치운 데 이어 이달 들어 1조3000억원 순매도해 매도 강도를 키웠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했고, 여기에 유럽 경제의 핵심인 독일의 경제지표 부진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등이 겹치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탓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은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와 대거 안전자산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집계치를 보면 지난주 신흥국 주식펀드 순유출 규모는 35억달러로 지난 3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선진국 채권펀드로는 151억달러가 유입돼 지난 2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다.

특히 유독 한국 증시에서의 이탈이 거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한 주(10월3~9일) 동안 외국인은 한국에서 5억600만달러를 팔아치운 반면 인도에서 2억달러 가량 순매도해 절반 수준에 그쳤고 대만과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는 1억~1억7400만달러 매도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얼어붙으면 한국에서 먼저 주식을 현금화하는 ‘글로벌 현금인출기(ATM)’ 특징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에는 증시 밸류에이션도 소용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국내주식운용팀장은 “유럽이나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전체가 위협받는 시기에 PBR 1배는 의미가 없다”며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두고 종목별로 대응해야 그나마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증시 환경..기댈 곳이 없다

당분간 증시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부터 시작된 3분기 실적 발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고 달러 강세, 미국 출구전략 논의, 유럽 경기 둔화 등도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손휘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등 시장 외적인 불확실성 확대 요인이 남아 있고 유럽발 우려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적극적 정책 대응과 실물 지표 개선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11월 초까지는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정책 모멘텀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이번 주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증시가 장기 박스권을 돌파할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정책 모멘텀이었다”며 “정부가 증시 활성화 대책을 이달 중에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 지출 추가 집행,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등으로 정책 모멘텀이 발생하면 외국인이 다시 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외 변수가 불안한 만큼 큰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금리인하는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차가 2010년 이후 최저치인 1.3%포인트여서 이번에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한미 금리차 축소로 이어져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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