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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글자블록…어라? 예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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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기자I 2014.08.08 07:03:00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4''전
구동희·장지아·김신일·노순택 등 4인 개인전 묶어
270도 기울어진 구조물·폭력된 공권력 사진도
과천관서 11월 9일까지

구동희 ‘재생길’(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개성이 뚜렷하다. 지향점도 다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중앙홀로 들어서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4개의 전시가 ‘올해의 작가상 2014’라는 이름으로 묶여 관람객들을 붙잡는다. 각 전시실을 1개씩 차지한 4명의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 시대의 예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가들이 선별해 꺼내놓은 작품들은 가시적인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관람객이 직접 안전모를 쓰고 구조물 안의 트랙으로 걸어 들어가 힘껏 뛰어내려야 하는 대형 설치작품도 있다. 하얀 천으로 둘러싸인 장소에 깃털로 장식된 수레용 바퀴가 돌아가고, 신음인지 신명인지 모를 노래도 흘러나온다. 정신을 빼놓을 듯한 현란한 조명과 영상이 뒤섞인 초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시각적 행위의 근원을 묻는 조각도 설치됐다. 수년 동안 공권력과 민의가 맞부딪혀 내는 파열음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1월 9일까지 경기 과천시 과천관에서 여는 전시다.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적 잠재성과 비전을 제시할 역량 있는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로 3회째다. 후보로만 선정돼도 40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받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를 얻는다. 작가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기회다.

△270도 기울어진 뫼비우스의 띠 구조물…구동희 ‘재생길’

구동희(41) 작가는 ‘재생길’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꾸몄다. 장방형 대칭구조인 전시장에 36개의 모듈로 270도가 기울어진 뫼비우스의 띠 형태의 길이 75m짜리 구조물을 설치했다. 관람객은 안전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안전모를 쓰면 구조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작가는 미술관 옆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구조물 곳곳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관람객의 시점으로 촬영한 영상이 설치됐다. 구조물의 끝에는 점프를 할 수 있는 트램플린이 설치됐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순환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두려움을 감내하고 뛰어내리는 것이다.

△수레용 바퀴 12개 깃털로 장식…장지아 ‘금기는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

장지아(42) 작가는 도발적인 제목을 붙였다. ‘금기는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다. 네 명의 작가 중 가장 전복적인 작품들을 보여준다. 고문의 도구에 미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중 하나인 ‘아름다운 도구들 3’은 고통과 쾌락이 공존하는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온 수레용 바퀴 12개를 깃털로 장식한 작품. 깃털은 수레 위 큐빅이 박힌 안장을 스쳐지나가며 여성의 성기를 자극하기 위한 장치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그레고리안 성가와 디딜방아타령이 뒤섞인 노래를 곁들였다. 작가조차 “후보가 됐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장지아의 작품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파격이란 측면에서 돋보인다.

장지아 ‘아름다운 도구들 3’(사진=국립현대미술관).


△2.4m 높이의 글자블록…김신일 ‘이미 알고 있는’

김신일(44) 작가는 그간 문자로 인해 고정된 인간의 여러 관념들을 해체시키기 위해 영상과 설치미술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미 알고 있는’이란 주제로 초현실적인 공간을 꾸몄다. 전시장에 빛 감지 센서를 설치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전시공간 전체의 명암이 조절된다. 어두울 때는 청각이, 밝을 때는 시각이 자극받도록 설정해 놓은 것이다. 이런 공간 속에서 2.4m 높이의 글자블록이 추상적인 생김새로 관객들을 맞는다. ‘4만 2000초 안에서의 대화’란 영상작품도 맞물려 놓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세계가 실은 알 수 없는 세계로 전환되고 있는 현장이다.

김신일 ‘회전-마음·믿음·이념’(사진=국립현대미술관).


△강정 해군기지 반대집회 ‘컷’…노순택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사진작가인 노순택(44)은 국가의 정책을 집행한다는 이유로 공권력이 폭력이 되는 현장에서 셔터를 눌렀다. 2006년 평택시 대추리 미군기지 시위 현장, 2008년 한미FTA 반대 촛불시위 현장, 제주 강정 해군기지 반대집회 현장 등이다. 작가의 사진은 폭로가 됐고 분노가 됐다. 하지만 사진 자체가 진실을 오롯이 전하기에는 불완전했다.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거나 현실을 조작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 현장에서 종종 무기력을 느낀 작가는 사진에 대한 애증을 키웠다. 주제는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 사진에 대한 작가의 반성적 시각으로 꾸며졌다. 작가가 엄선한 수백장의 사진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보여준다. 그 현실을 때로 능욕하는 게 바로 ‘젊은 뱀’이라 칭한 사진 자체다.

노순택 ‘무능한 풍경의 젊은 뱀’(사진=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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