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스마트'해지는 짝퉁 시장…민·관 합심해 막는다

이재호 기자I 2014.03.25 07:00:40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지난해 8월 중국 광저우 경찰은 한 ‘짝퉁폰’ 제조업체를 급습해 반제품과 완제품 수천 점을 압수했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005930) 휴대폰을 위조한 제품을 하루 평균 2000대 이상 만들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만 76명으로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큰 규모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LG전자(066570)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만들어진 TV 위조상품이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파악했다. 중간 경유지였던 프랑스의 세관 당국은 4000여대의 위조상품을 적발해 전량 폐기 처분했다.

휴대폰과 TV 등 짝퉁 전자제품이 기승을 부리면서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단순히 상표권과 특허권 침해를 우려하는 수준을 넘어 한 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짝퉁 제품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짝퉁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수가 워낙 많은 데다 창고 등을 개조해 생산라인으로 활용하는 등 편법이 판을 치고 있어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정부가 공조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 짝퉁 시장 폐해 도 넘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짝퉁 삼성폰은 1300만대 이상이다. 이에 따른 손실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만 매년 4조~5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존 짝퉁폰은 외관 디자인과 기능, 소프트웨어 등이 조악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만들어지는 짝퉁 스마트폰은 정품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다. 중국에서는 본인이 구입한 스마트폰이 정품인지 위조상품인지 판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나온 초기만 해도 짝퉁폰의 경우 외형이나 버튼을 누르는 촉감이 투박하고 패널 해상도도 낮은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정품과 비슷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기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짝퉁폰 업체에도 똑같은 부품을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을 베껴 시중에 내놓는 시간도 갈수록 단축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5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짝퉁 제품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짝퉁 갤럭시S5의 가격은 299.99달러(32만 원)로 정품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는 짝퉁 전자제품은 현지에서 소비되기도 하지만 동남아와 동유럽,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 광범위하게 수출되고 있다. 관세청이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짝퉁 전자제품을 적발한 건수도 지난해에만 77건(가정용 전기제품 28건·기계기구류 49건)에 달했다.



◇ 개별 대응은 무리…기업·정부 손잡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본사 특허센터와 현지 법률 대리인 및 사설 조사기관 등으로 구성된 짝퉁 제품 대응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또 상표권이나 디자인을 무단으로 도용한 업체에 대해 경고장을 발송하고, 해당 국가 정부에 적극 신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않다.

이에 기업들이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삼성전자, HP 등과 해적판 소프트웨어 유통을 막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불법 윈도우 복제 시장 규모는 무려 89억 달러에 이른다. 소프트웨어 기업과 하드웨어 기업이 손을 잡고 짝퉁 근절에 나선 것이다.

기업과 정부의 협력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짝풍 제품이 제조·유통되는 국가의 세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상표 등록 및 모방 제품 구별법에 대해 수시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각국의 세관이 위조상품을 발견하면 즉시 LG전자의 현지법인이나 본사 특허센터로 알리는 비상연락망도 갖추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짝퉁 제품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관세청은 중국, 러시아 세관 당국과 매년 2회에 걸쳐 조사협력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자료의 공유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주요 국가의 세관 당국과 상시 연락 채널을 구축하고 짝퉁 제품 관련 사례가 입수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관세청 조사감시국 관계자는 “해외에서 상표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국제회의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에서 짝퉁 제품으로 국내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기면 해당 국가와 공조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안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짝퉁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구폰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모조품을 출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5 정품(왼쪽)과 구폰의 짝퉁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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