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고달파서 담배라도 한대 태우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1층 게이트에서 출입증을 찍은 뒤, 건물 밖으로 나가 띄엄띄엄 놓여 있는 흡연구역을 찾아가서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사 공무원들은 대개 옥상층으로 올라가 담배를 태운다. 인적이 드문 데다가,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태우는 동료 공무원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18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하던 정부세종청사 옥상층에서 난데 없이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옥상층에 금연지도 단속원들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세종시 보건소 단속원과 세종청사관리소 직원이 짝을 지어 온 단속조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들어선 5동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던 공무원들을 적발하고, 현장에서 과태료까지 부과했다. 이들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은 난데 없는 단속원의 등장에 황당해 했다. 청사 이전 후 1년 가까이 담배를 태웠던 장소이고, 외부 공간인 옥상층에서의 흡연이 금연자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특히 별다른 공지사항 하나 없이 갑자기 흡연을 이유로 과태료를 내라한 데 대해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과태료를 물게 된 공무원 중에는 “첫 단속이니 만큼 선처를 해달라”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고, “계도 한번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단속원은 “본인은 단속만 할 뿐이라 어쩔 수 없다”며 “돌아가서 책임자에게 한번 얘기해 보겠다”는 답변 뿐이었다.
이날 적발된 공무원들은 1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도 속이 쓰렸지만, 마음 편하게 담배 한대 태울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질까봐 더 답답해 했다. 한 공무원은 “일에 치여 스트레스 받을 때면 옥상에 올라와 담배 한대 태우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이날 기습적으로 실시된 흡연 단속은 세종시 보건소에 들어온 민원 때문에 진행된 것이라고 현장 단속원은 설명했다. 사전 공지가 없었던 것도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단속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