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한달만에 최저..그리스 혼란 탓

이정훈 기자I 2012.05.09 05:06:46

3대지수 동반 하락..막판 낙폭은 줄여
공포지수 19선 상회..금융-소비재주 약세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하루만에 또다시 하락했다. 경제지표가 선전했지만,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유로존의 정국 불안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심리를 크게 악화시켰다. 다만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막판 낙폭은 다소 줄었다.
 
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76.44포인트, 0.59% 하락한 1만2932.09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86포인트, 0.43% 떨어진 1363.72를 기록, 한 달만에 최저수준까지 내려갔다. 나스닥지수도 전일대비 11.49포인트, 0.39% 낮은 2946.27을 기록했다.
 
그리스가 총선 이후 연립정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선 재총선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등 정국 불안이 시장 우려를 키웠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당선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성장에 대한 의견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우려는 다소 줄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쪽에서는 지난달 자영업자 경기 전망이 최근 1년 2개월만에 가장 높았고 가솔린값이 하락하고 3월 주택가격이 8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하는 등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며 약간의 지지력을 발휘했다. 
 
대부분 업종들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금융과 소비재 관련주들이 약세를 주도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도 다시 19선을 넘어서며 불안감을 보여줬다.
 
실망스러운 동일점포 매출 실적을 보여준 맥도날드가 2.05% 하락했고 경쟁사인 웬디스도 4.11%나 동반 하락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낸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스도 6% 이상 추락했다. 의류업체인 포슬은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탓에 무려 37% 이상 급락했고, HSBC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0.67% 하락했다.
 
반면 퍼스트뱅크는 예상보다 적은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1.21% 상승했다. 디즈니는 장 마감 이후 나올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1.1% 올랐다.
 
◇ 그리스 연정구성 좌초..`2차 총선` 갈듯

그리스 총선 이후 제1당과 제2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그리스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정부 구성권을 넘겨받은 제2당이 좌파정부 구성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마저도 불발될 경우 조만간 2차 총선을 치뤄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다.
 
이날 이번 총선으로 108석을 확보해 제1당으로서 정부 구성권한을 먼저 받은 신민당은 제2당인 시리자(급진좌파연합)와의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지금처럼 중요한 상황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며 정부 구성권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제2당인 시리자가 권한을 넘겨 받았는데, 제2당과 제3당인 사회당까지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할 경우 2차 총선을 치뤄야 한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소식통을 인용, 다음달 17일에 2차 총선이 실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정부 구성권을 가진 시리자측이 기존 구제금융과 그에 따른 재정긴축 합의 등을 무효화하자는 등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받아들여 옛 양대 정당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합의한 긴축 약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치프라스 대표는 연정을 꾸리기 위해 19석인 민주좌파는 물론이고 의석이 없는 녹색당과 사회협약 등 원외 정당들과도 잇달아 접촉할 계획이다. 이미 시리자가 제안한 범좌파연합을 거부한 26석의 공산당과도 재차 협의에 나설 예정이며, 기존 연정을 구성했던 신민당, 사회당과의 협상 용의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 EU, 23일 특별정상회의서 성장부양 논의

유럽연합(EU) 국가 정상들이 오는 23일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고 지나친 긴축정책으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EU 경제성장을 부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이날 헤르만 반 롬퍼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자신의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회원국 정상들이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모여 비공식 만찬 회동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비공식 특별회의에서 EU 정상들이 EU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회동에는 EU의 긴축정책을 비판하며 신재정협약 재협상을 주장해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처음으로 참석하는 국제 행사인 만큼 이 자리에서 긴축정책 고수를 주장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어떤 의견 조율이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또 최근 논의되고 있는 유럽개발은행(EIB) 증자 방안의 경우 다음달 정례 정상회의 공식 의제로 상정된 만큼 이 자리에서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도 이날 유로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증자를 통해 늘어나는 EIB가 유럽 전체에 새로운 투자 확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며 "이같은 투자 재원 확대는 유로본드 발행 필요성을 높일 것"이라고도 했다.

◇ 美 가솔린값, 빠른 하락세..경기회복 재가동?

회복세를 이어온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던 가솔린 가격 오름세가 일단락되고 있다. 가솔린 가격은 최근 의외로 빠른 하락세를 보이며 경기 회복에 다시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이날 미국 에너지 정보국(EIA)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미국의 전국 평균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3.79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내리 5주일째 하락세를 보인 가솔린값은 지난달 2일 최고치였던 3.941달러에 비해 무려 4% 가까이 하락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가솔린값 추이는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가솔린값이 조만간 갤런당 4달러에 이르고 여름내에 5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팀 로빈슨 로빈슨오일 대표는 "최근 6주간 가솔린값 오름세가 크게 꺾였다"며 "펀더멘털에 기초한 가격 기준으로 보면 이미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솔린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미국 가계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소비지출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EIA에 따르면 가솔린값이 10센트 하락할 때마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0.1%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맥도날드, 4월 매출성장 `저조`..경기둔화 탓

글로벌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의 지난달 동일점포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맥도날드는 4월중 글로벌 동일점포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3.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맥도날드는 지난달에 4월 동일점포 매출이 4%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었고,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4.2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실적은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중 맥도날드의 매장 방문 고객수는 늘어났고 블렌디드-아이스 음료 등 높은 마진의 신상품을 새로 출시하면서 경쟁업체들에 비해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소비 자체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동일점포 매출은 영업을 시작한지 13개월 이상인 점포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전체 체인점들을 대상으로 한 총매출은 2.2% 증가했다. 달러로 환산할 경우 5.5% 성장했다.

◇ 美 자영업 경기기대-집값 동반상승

미국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향후 경기와 매출에 대해 최근 14개월만에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와 고용 개선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이날 전미자영엽자연맹(NFIB)는 지난 4월중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신뢰지수가 94.5로, 앞선 3월의 92.5보다 2포인트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신뢰지수는 지난 2009년 6월까지 18개월간 경기 침체기에 평균 88.2를 기록한 바 있다. 향후 6개월내 경기여건에 대한 기대치는 마이너스(-)5로 3포인트 개선됐고 사업 확대 여부에 대한 기대치는 7로, 앞선 3월과 같은 수준이었다.

아울러 민간 주택조사기관인 코어로직에 따르면 미국 전체 평균 주택가격은 전월대비 0.6%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 또 압류주택을 제외한 평균 집값은 0.9%나 올라 3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년동월대비 집값은 0.6%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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