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파업 위기까지 몰렸던 현대자동차(005380) 노사의 임금과 단체협상이 24일 새벽 5시 잠정 타결됐다.
현대차 노사는 23일 오전 11시부터 울산공장 본관 회의실에서 김억조 현대차 대표이사와 이경훈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마라톤 협상을 진행,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교섭을 시작한 지 78일 만이다.
오는 26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가결되면 현대차는 3년 연속 무파업 타결이란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합의안의 특징은 조합원 복지는 크게 올리는 대신 타임오프(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는 실정법을 준수한 것이다.
◇ 기아차보다 높은 임금 인상
임금은 기본급 9만3000원(기본급 대비 5.41%, 통상급대비 4.45%) 인상됐고, 성과·격려금 300%+700만원, 무파업 타결시 주식 35주 지급, 근속수당 5000원 인상, 제도개선 통합수당 1800원 인상, 연월차 수당 50% 인상(현재 100%), 명절 선물비(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추가지급 등도 합의됐다. 현대차는 원래 현금으로 선물비를 지급하려 했는데, 재래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현금대신 상품권으로 지급키로 했다. 얼마전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만나 재계 차원에서 재래시장 상품권 구입을 늘리겠다고 한 바 있다.
현재는 추석과 설에 각각 15만원씩 총 3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50만원으로 올리면서 재래시장 상품권을 20만원어치 제공키로 한 것이다.
앞서 최종 타결된 기아차(000270)의 경우 기본급 9만원(기본급 대비 5.17%) 인상과 성과·격려금 300%+700만원 지급, 회사주식 80주 지급 등으로, 현대차의 기본급이 더 많이 올랐다.
중장년 조합원의 요구였던 정년 연장도 어느정도 받아들여 졌다. 59세 퇴직 후 계약직으로 1년 연장(현재 정년은 58세 퇴직 후 1년 연장)에 합의했으며,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한 신규인력 채용시 가산점 부여 역시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부결이 아니라 추후 논의하기로 해 여지를 남겼다.
◇ 무급 전임자는 조합비로 충당
최대 쟁점이던 타임오프 문제는 지난해 개정된 노조법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는 개정 노조법의 타임오프 규정에 따라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유급 전임자(근로시간면제자) 수를 기존 237명에서 26명으로 대폭 줄이는데 합의했다.
무급 전임자를 85명으로 정하고, 이들에 대한 급여는 노조가 조합비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조 전임자 수는 총 111명으로, 이는 타임오프 시행 이전(237명)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단체교섭이 타임오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노사가 합심하여 개정 노조법을 따르기로 함으로써 타임오프가 완전히 정착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작년에 이어 불우이웃을 위한 사회공헌기금 40억도 조성하기로 했다.
6월 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모두 21차례의 교섭을 벌인 현대차 노사는 타임오프 등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된 교섭문화를 선보이며 ‘3년 연속 무분규’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번 3년 연속 무분규 합의는 파업의 대명사였던 현대차 노사가 선진 노사문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하반기 노사관계 안정을 바탕으로 신차 출시 등 생산·판매 활동에 더욱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26일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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