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금리가 이렇게 큰 폭으로 떨어지면 모기지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주택 판매 증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은 상당기간 이같은 선순환 고리가 생겨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벤치마크인 10년만기 미 국채금리가 2%를 깨고 내려가는 등 사상 최저수준까지 떨어지자 이에 연동되는 장기 모기지 금리도 끝없이 하락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30년 장기 모기지 금리가 이번주 들어 평균 4.15%까지 내려갔다. 전주 4.32%에서 무려 17bp(0.1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30년 모기지가 도입된 지난 197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이전에 장기가 주로 20~25년이던 때까지 비교하면 1950년 이후 60여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모기지 금리 하락으로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새롭게 대출을 받는 리파이낸싱 수요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낮은 금리에 새로 대출을 받으면 매달 납부하는 이자를 줄일 수 있다.
리파이낸싱 덕에 최근 3주일 연속으로 모기지 신청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3주일간 리파이낸싱은 전주대비 각각 7.8%, 30.4%, 8.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모기지 신청에서 리파이낸싱이 차지하는 비율도 4주일전 69%에서 지난주 79%로 늘었다.
◇ "융자로 집 장만 쉽지 않다"
그러나 리파이낸싱보다 주택경기나 전체 실물경기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주택 구입용 모기지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은 "금리만 낮다고 집을 살 수 있냐"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날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7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도 3.5% 감소,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499만채였던 시장 예상치에도 못미쳤다.
일단 크레딧 리스크가 커지자 은행들도 대출 관문을 좁히고 있다. 더 높은 신용점수는 물론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더 많은 다운페이(일시보증금)를 요구하고 있다. 금리가 떨어져 돈을 빌리려고 해도 은행이 잘 빌려주질 않는다는 얘기다.
내로프 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내로프 대표는 "모기지 금리만 낮아진다고 주택시장이 회복될 순 없다"며 "은행들의 대출심사가 워낙 까다로와지다보니 집 사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같은 금리 하락의 주된 이유가 향후 경기 침체 우려감이라 이런 상황에서 융자까지 받아 집을 선뜻 장만하기 부담스럽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마이크 프라탄토니 MBA러서치 부대표는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보이고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잠재적인 수요자들이 주택구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앤드어소시에이츠의 스캇 브라운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이처럼 모기지 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경제에 대한 우려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