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저희 집 가격을 3000만원 더 올려주세요.”
2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최모(여·50)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석 달 전 42㎡형 재건축 아파트를 7억7000만원에 내놓았던 집주인이 가격을 조금 더 높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최씨는 “대선 직후에 1000만원 정도 오르더니 단 며칠 만에 2000만원이 뛰었다”며 “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로 이미 작년 최고가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시세 조사업체인 ‘부동산114’조사 결과,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대선 직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많은 연립·다세대는 대선 이후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141.4%를 기록, 대선 한 달 전 평균(106.6%)보다 무려 34.8%포인트나 치솟았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MB 효과’로 서울 재건축은 물론 지방의 토지시장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대 허재완 교수는 “이명박 당선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전국 땅값을 치솟게 만든 노무현 정부의 행정복합도시·혁신도시 공약만큼이나 폭발성이 높아 자칫 차기 정부 초기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 익은 공약 남발
이명박 당선자 측근은 최근 언론과 의 인터뷰에서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50% 정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반응이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 연면적 비율)은 중앙 정부 소관이 아니라 서울시 소관. 현재 건교부는 주거지역의 최고 용적률을 300%까지 규제하고 있고 서울시는 도시의 과밀화를 막기 위해 250%로 규제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도 “서울시가 지금도 조례를 통해 용적률을 50% 올릴 수 있다”며 “당선자 측근이 내용 자체를 모르고 발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명박 당선자는 공약집을 통해 용적률을 10% 정도 올리는 대신,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개발이익환수 방안을 마련한 다음 후분양제·분양가 상한제·임대주택의무제·소형평형의무제 등 중복 규제를 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경우,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만큼 환경영향평가·경제성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도 착공이 이미 확정된 것처럼 알려지고 있고 이를 활용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이익환수 방안부터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기대감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려 놓을 수 있다며 당선자 측근들이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기보다는 집값 안정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는 “국민들에게 집값 안정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차기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부동산 정책들이 대부분 입법화돼 있기 때문에 실제 규제가 완화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다시 집값이 오를 경우, 규제완화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허재완 교수는 “개발이익환수 방안을 먼저 마련한 다음에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개발 공약이나 규제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