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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비아그라를 먹는다.너무나 눈물겹게..

조선일보 기자I 2006.04.12 07:38:10

‘폐동맥 고혈압’ 아이들, 비아그라 복용한다는데…
“한달 약값 수십만원 건강보험 혜택 줘야”
미국은 醫保 적용 약 이름도 바꿔 시판

[조선일보 제공] 생후 13개월된 민석이는 매일 ‘비아그라’를 먹는다. 비아그라는 제약회사 화이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민석이는 왜 비아그라를 먹을까.

민석이는 지난해 3월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세상에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호흡을 가쁘게 몰아 쉬었다. 혈액에 산소가 부족해 얼굴은 검푸른 색을 띠고 있다. 민석이는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지게 됐다.

진단 결과 민석이는 폐동맥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심장에서 폐로 가는 커다란 동맥의 혈압이 선천적으로 높아서 들이마신 산소가 혈액 순환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데 장애가 생긴 것이다. 수술로 해결이 가능한 병도 아니었다.

민석이가 매일 비아그라를 먹는 사연은 바로 이 때문이다. 비아그라가 음경의 동맥을 확장시켜 발기를 유도하는 효과를 내는데, 근래 외국의 연구에서 비아그라가 폐동맥도 확장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즉 비아그라를 먹으면 폐동맥이 확장되어 혈압이 떨어지게 된다. 이로써 폐와 심장 순환이 그나마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에게 비아그라를 4주간 투여한 결과 6분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가 45~50m 더 길어졌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은 숨이 차서 한 번에 10m도 제대로 걷지 못한다.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1~2년 전부터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에게 비아그라가 아름아름 처방됐다. 폐동맥 고혈압은 20대에도 발병하기도 하고 폐질환이 심한 노인들에게도 생기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나 할머니 환자들도 비아그라를 치료제로 복용하고 있다.

생후 100일 때부터 비아그라를 먹기 시작한 민준이는 현재 몸무게 10㎏에 맞게 약국에서 갈아준 비아그라를 하루에 세 번 물에 타 마시고 있다. 비아그라는 반드시 성적인 자극을 느껴야 음경 발기가 유도되기 때문에 성적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이 비아그라를 먹는다고 해서 발기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심장과 강희석 교수는 “처음에는 왜 아이들에게 비아그라를 처방했느냐며 약국에서 문의 전화가 오곤 했다”며 “미국과 유럽 쪽에서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생존을 위해 비아그라를 매일 먹는데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한 알에 1만2000~1만8000원 하는 고가(高價)약이다.

생후 7개월부터 비아그라를 하루 세 번 복용하고 있는 예원(2)이 엄마 김선미씨는 “아이가 커갈수록 비아그라 용량이 늘어나 약값 부담이 커진다”며 “성인의 경우는 약값만 한 달에 100만원이 들어가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폐동맥 고혈압 환우회 송수근 부회장은 “정식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들도 비아그라보다 더 비싸다”며 “올해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등록됐지만 그로 인한 혜택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비아그라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승인했다. 약 이름을 ‘레바티오’로 바꾼 동일 제품이 시판되고 있으며, 의료보험 적용도 받고 있다. 한국화이자는 ‘레바티오’를 내년쯤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키워드 폐동맥은 우리 몸을 돌며 전신에 산소를 뿌려주고 심장으로 돌아온 피가 다시 산소를 받기 위해 폐로 가는 통로이다. 여기에 고혈압이 생기면 심장?폐?심장 순환에 장애가 와서 체내 산소 부족 현상이 생긴다. 젖먹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나이에 생길 수 있으며, 100만 명당 1~2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국내에 환자는 200~300명으로 추산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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