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슈) 웰치의 후계자 임멜트

김홍기 기자I 2001.09.09 14:07:45
[edaily=앤아버(미시간)] 전설적인 최고경영자(CEO)로 불리고 ‘21세기의 경영인’으로 꼽혔던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이 7일 결국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전에 발표됐던 것처럼 제프리 임멜트가 웰치의 뒤를 이었다. 미국 기업인들의 관심사는 임멜트가 웰치가 했던 것처럼 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모아진다. 그러나 임멜트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일단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웰치가 워낙 탁월했던 경영인이었기 때문.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호에서 ‘복제가 안되는 CEO’라는 최고의 찬사를 웰치에게 보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월 마트의 샘 월튼 등 그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찬사다. 웰치의 경우, 창업자가 아닌 아닌 전문 경영인이기 때문에 그 어느 것보다 의미가 있다. 미국 비즈니스 역사를 바꿨던 카네기나 포드, 슬로언, 패커드 등도 이러한 찬사를 받아보지 못했다. 우선 비즈니스 위크에 따르면, 웰치는 재임 기간중 하니웰 인터내셔널 인수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고 허드슨 강의 PCB 청소비용으로 4억 6000만 달러를 물었지만 주주들은 그를 사랑했다. 그리고 내부자들은 그를 두려워하기도 했다. 메사추세츠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고등학교 하키 팀장을 거치면서 만든 특별한 리더십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GE를 공격적이면서 남성적인 기업 문화로 무장하게 만들었다. 물론 GE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많이 나갈 뿐 아니라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GE를 경영하게 된 임멜트에게는 GE가 기술적으로 개선할 점이 많고 고객에게 더 다가설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올해 45세 밖에 안되는 그는 기술 확산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차근차근 살펴보게 될 것이다. 특히 3~4년 이내에 완전히 다른 모습의 GE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 웰치와 임멜트가 다른 점은 웰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팀을 군대처럼 이끄는 반면, 임멜트는 큰 경기를 앞둔 팀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치어리더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한 고위 간부의 말에 따르면 잭이 말할 때는 떨게 되지만 제프가 말할 때는 미소를 짓게 된다고 한다. 오길비&마더의 회장이자 CEO인 셸리 라자루스는 임멜트에 대해 드러내지 않는 좋은 인간성을 가진 조용하지만 힘이 있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임멜트는 나(I)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우리나 팀이라는 말을 쓴다고 덧붙였다. 물론 호인(nice guy)이 실적을 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잭 웰치조차 5년 전에 임멜트를 메디컬 시스템 부문의 CEO로 앉히면서 너무 연약하다(soft)는 농담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임멜트는 첫 2년 동안에 매출을 4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늘렸다. 그의 경영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한마디로 멍청한 짓이 된다. 그러나 GE라는 큰 덩치의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메디컬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그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전통적인 사업을 던져버려야 할 지도 모른다. 또 현재 전체 수익의 40%를 창출하고 있는 GE 캐피털에의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낮춰야만 할 지도 모른다. 제조업체로서의 GE라는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인식한 탓인지 임멜트는 적어도 앞으로 3년간 기업 인수를 통해서라도 캐피털의 순이익 비중을 45%로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분쟁거리를 야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해결해야 할 일이 한가지 더 있다. 현재 GE의 주가는 52주간 최고치에서 3분의1 정도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순이익 대비 주가가 30배나 된다.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도 20배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셈. 그리고 GE의 주가에는 CEO였던 웰치 프리미엄이 작용했다고 보는 견해가 꽤 있다. 따라서 임멜트에게는 GE의 주가가 당분간 떨어지지 않거나 오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면 무엇으로 GE의 기업가치를 높이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 비즈니스 위크는 그가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관점에 따르면 GE가 고객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예비 회장으로 있었던 지난 9개월간 그가 치중한 것은 주요 고객을 연결하기 위해 전 세계를 이리저리 거미줄처럼 엮는 것이었다. 예를 들며 델타 항공의 레오 멀린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잘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라는 칭찬을 할 정도로 싱거운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멀린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웰치에게서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당연히 임멜트가 강조하는 것은 고객 접촉이다. 그는 세일즈맨들이 고객과 접촉하는 시간이 전체의 30%에 불과하다고 불평을 하고 있다. 그는 이를 70~8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백인 남자만이 아니라 중국인, 인도인, 흑인, 여자 등을 더 많이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는 최근 일본에서 처음으로 GE의 사업부문을 책임지게 된 후지모리를 언급하면서 더 많은 후지모리가 나오게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모토는 다양성(diversity)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GE의 경영진 31명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보여주면서 이중 흑인은 1명에 불과할 뿐 아니라 여성은 한 명도 없다면서 끔찍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울러 그는 메디컬 시스템에서의 다양성을 그룹 전체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웰치 치하에서는 거의 없었던 승진 기회를 다양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것은 그가 웰치처럼 GE의 문화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다. 좋은 것은 좋고 나쁜 것은 나쁘다는 메세지를 계속 고수할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서 GE의 강점인 실적 중시와 절대적인 기준 설정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리라는 말이다. 실적을 내지 못한다면 누구라도 해고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밌는 점은 임멜트가 GE를 특별한 일을 해내는 보통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부른다는 것. 따라서 MR. 호인(Congeniality)으로 불리는 그가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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