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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로 눈 가린 채 연주…이번엔 어떤 음악? 연주자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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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5.02.24 05:45:00

피아니스트 박창수, 치노 슈이치와 26일 즉흥 연주
"익숙치 않은 새로움·흥미로움 매력"
두 연주자, 사전 논의·약속 일절 없어
''클래식 중심'' 예술의전당서 파격 공연
"규범 내 최대한의 실험 펼칠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즉흥 연주를 할 때는 저 자신도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모릅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오른쪽), 일본의 즉흥 연주가 치노 슈이치의 과거 공연 장면. 두 사람은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박창수의 프리뮤직-침묵을 자유롭게 하다Ⅲ’이란 제목으로 함께 공연한다. (사진=더하우스콘서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61)의 말이다. 박창수는 2019년부터 ‘박창수의 프리뮤직-침묵을 자유롭게 하다’라는 제목으로 즉흥 연주 공연을 선보여왔다. 그 세 번째 무대를 오는 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펼친다.

박창수의 공연은 파격 그 자체다. 2019년 첫 공연 때는 피아노를 한창 연주하다 자신도 모르게 의자 밖으로 튕겨 나가 쓰러졌다. 2023년 공연에선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연주를 이어갔다.

한없이 낯선 즉흥 연주의 매력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기존 음악회가 완성된 악보 속 음악을 무대에서 재현하는 것이라면 즉흥 연주는 무대에 등장한 순간부터 연주가 끝날 때까지 창작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익숙하지 않은 새로움에 흥미로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창수는 10대 시절부터 ‘실험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서울예고,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면서도 정해진 대로 하는 것을 거부했다. 서울대 음대 4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 그는 1970년대 말부터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즉흥 연주로 일반적인 클래식 연주자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2023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박창수의 프리뮤직-침묵을 자유롭게 하다Ⅱ’ 중 피아니스트 박창수가 안대를 하고 연주하는 장면. (사진=더하우스콘서트)
이번 공연은 박창수와 일본의 즉흥 연주가 치노 슈이치(74)가 ‘투 피아노’(2명의 연주자가 2대의 피아노를 동시에 연주하는 공연)로 무대를 꾸민다. 치노 슈이치는 일본 와세다대 불문과를 다니다 록 밴드를 시작한 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행위예술협회 사무국장이었던 박창수가 ‘한일퍼포먼스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치노 슈이치를 처음 만났다. 당시 의견 충돌로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서로의 재능만큼은 인정했다. 10년 뒤 일본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지금도 예술적인 영감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치노 슈이치는 “박창수는 내가 아는 어떤 피아니스트와도 닮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제일 안 닮았을 것이다”고 말한 적 있다.

두 연주자는 이번 공연 내용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약속도 하지 않았다. 박창수는 “치노 슈이치와 ‘80분 동안 공연한다’는 내용만 공유했다”며 “당일 무대 위에 놓여 있을 두 대의 피아노 중 누가 어떤 악기를 연주할지도 정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즉흥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사진=더하우스콘서트)
파격적인 공연을 대한민국 클래식 공연의 중심지 예술의전당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박창수는 “즉흥 연주를 하다 보면 피아노 위로 점프를 하거나 피아노 안에 손을 집어넣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의전당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공연장이 정해놓은 규범 안에서 최대한의 실험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창수는 ‘하우스콘서트’의 기획자로도 유명하다. ‘하우스콘서트’는 마룻바닥에 앉아 연주를 감상하는 콘셉트의 공연이다. 2002년 시작해 지금도 매주 월요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다. 박창수는 ‘하우스콘서트’를 통해 보여준 남다른 기획력을 인정받아 2021년 제70회 서울시문화상, 2023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표창) 등을 받았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끊임없이 창조에 대한 욕구를 머금고 한 곳에 안주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걸 찾아가는 사람’이다. 박창수는 “실험으로 가득한 현대예술은 어려운 게 당연하다”며 “그러나 이러한 실험이 존중받을 때 문화의 저변 또한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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