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된 금투세, 불확실성 지속에 싸늘한 투심

김응태 기자I 2024.09.24 05:00:00

[금투세 D-100]
금투세 도입 불확실성에 증권사 혼란
세부지침 이견에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불가피
정부, 개인투자자 등 금투세 폐지 목소리 확산
금투세 갈등 장기화시 韓 증시 리스크 우려
"형평성 제고 위한 조세 체계 개편은 필요"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토론회를 통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나 이를 둔 시장참여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단순히 금투세를 반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보니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해서다.

그간 금투세 징수 전산 시스템 구축에 수십억원을 쏟아온 증권사들은 이를 둔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에 대한 여야 합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한국 증시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금투세에 대한 합의가 늦어지면, 증권거래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기존 세제에 대한 논의할 시간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말만하면 뚝딱되는 것도 아닌데”…전산시스템 어쩌나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일단 금투세 징수 전산 시스템 구축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금투세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와 관련한 수익을 합산해 일정 금액 이상 양도 차익을 누린 투자자에 한해 20~25%의 과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특히 24일 토론에 나서는 민주당이 금투세 시행 100일을 앞두고 여러 보완 방안을 내놓으며 증권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공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거나, 반기에 한 번 원천징수가 아닌 연 1회 확정신고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로선 이 같은 방안이 채택돼 시행될 경우 이를 모두 전산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 그간 구축한 징수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제 한도나 원천징수 등의 방식이 세부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가 지연될 경우 내년까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국세청이나 정부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과세표준신고서 체계 마련이 늦어지는 것도 금투세를 본격 시행하는데 지연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투세 그 이후…“기존 세제 개선해야”

금투세의 운명을 온전히 민주당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 개인투자자들은 금투세 유예가 아닌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1400만 주식투자자 보호를 위해 연초부터 폐지 방침을 밝히고 세법개정안을 제출해 추진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여당은 민주당 토론회에 맞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금투세 폐지를 위한 서한 전달식과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금투세 유예로 당론을 정해도 갈등이 지속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하며 투자자들의 손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투세를 유예할 경우 소득세법상 부칙만 개정하면 되기 때문에 정쟁을 이어가며 연말에야 유예를 결정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금투세를 둔 결정이 늦어질 경우 기존 세제 개편 등을 논의할 시간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현재 금투세를 찬성하는 입장이든 반대하는 입장이든 모두 기존 금융투자 관련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증권거래세와 배당소득의 분리과세 문제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어긋나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배당소득의 분리과세는 조세형평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동일 소득에 동일 세금을 부과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데, 금융투자소득세의 공제 한도를 1억원까지 상향해주는 반면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산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조세 형평성을 오히려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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