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25일 오후 국회에서 ‘민생’을 위한 회담을 갖는다. 여야 대표의 공식 회담은 약 11년 만이며 두 사람이 당 대표 자격으로 회담을 갖는 것은 처음이다. 회담은 18일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가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만나 의논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한 대표가 “환영한다”고 답해 일사천리로 성사됐다. 전격적이며 그만큼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회담 성과는 낙관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민생의 어려움과 교착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이해식 당 대표 비서실장)고는 해도 양측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쟁점이 수두룩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원 특검법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 등이 대표적이다. 당정 관계가 예전과 다른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들을 의제로 고집하면 첫 단추부터 꼬일 게 확실하다. 이 대표 연임과 함께 출범한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강경 일변도의 거친 언사로 정부·여당을 맹비난 중인 것도 부담이다. 회담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을 수 있다.
4·10 총선 후 4개월여가 지나서야 완성된 여야 새 지도체제가 협치 분위기를 이어갈 열쇠는 ‘신뢰’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4월 회담에서 경험했듯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꺼낸 후 상호 불신만 키우고 돌아서는 빈손 회담이 또 연출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국민의 짜증만 키울 뿐이다. 폭염과 고물가, 고금리에 지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업의 고용·투자 확대를 뒷받침할 대책 마련에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만남의 의미가 있다.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이 대표가 누누이 강조하지만 이 대표 방탄과 입법 폭주에 매달린 민주당의 행태는 말 따로, 행동 따로에 가까웠다. 국민의힘이 격차해소특별위원회를 앞세워 중도와 서민층 공략에 나선다지만 소수의석 여당의 민생 해법엔 한계가 있다. 압도적 의석의 민주당이 제대로 된 해법으로 민심을 보듬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회담이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줄 기회임을 모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연금 개혁, 반도체 지원, 고준위방폐장법 등 민생 법안 등에 대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