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 워싱턴DC를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을 만나 이같이 말했습니다. 총 20여 분간 진행된 짧은 시간의 정상회담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막판 5분을 모두 할애하며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우수성과 가격 경쟁력 등 압도적인 경쟁력을 적극 피력했습니다. 다만 파벨 대통령은 “지금 당장은 대답할 수 없다(I can’t comment now)”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전 분야 세계 2위 강국인 프랑스가 같은 EU(유럽연합)에 속한 체코를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으로 보여지는데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안보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유럽 국가들이 결속을 다지는 분위기 속에 그저 ‘먼 나라’인 대한민국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또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탈(脫) 원전정책 기조에서 유턴한 윤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자칫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정부 측 우려도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는 결국 모든 변수와 우려를 뛰어넘고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입니다. 1982년 유럽형 원전을 처음 도입한 이후로는 K원전을 유럽에 40여년 만에 수출하는 국가로 발돋움하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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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유럽 한복판에서 대한민국이 터키 원전사업을 따낸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미국 AP통신·블룸버그, 프랑스 AFP통신·레 제코(Les Echos)·라트리뷘(La Tribune)·샬랑쥬(Challenges)·베에프엠테베(BFMTV), 독일 데페아(DPA) 통신, 영국 로이터 통신, 일본 닛케이 등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원전 수주 소식을 전하며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이들 매체는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큰 성과로 나타났다”고 집중 조명했습니다.
지난 17일 밤 체코 정부가 우선협상 대상자를 공식 발표하기 이전에 우리 정부 측에 핫라인으로 결과를 알렸을 때, 윤 대통령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낭보를 듣고 책상을 내리치면서 “됐다”라며 환호했다고 합니다. 당장 얻어낸 눈앞의 성과도 짜릿하지만, 앞으로의 전 세계적으로 펼쳐질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 K원전 수출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당장 체코가 추가로 선정할 나머지 원전 2기 건설사업을 비롯해 네덜란드·스웨덴·필란드·영국 등도 중장기적으로 신규 원전건설을 계획 중입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카자흐스탄·필리핀 등 아시아권 뿐만 아니라 남아프카공화국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추진 중입니다.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NISR)에 따르면 2035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165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감안하면 이미 경쟁력을 입증받은 대한민국의 신규 먹거리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큽니다.
다만 아직 축포를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제 우선협상대상자로 첫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에 내년 3월 최종 예약까지 남은 변수는 많습니다. 앞으로 자금 조달 등 건설 비용과 인력 배치 문제, 사용 후 핵 처리 등 세부적인 협상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성과가 제3의, 제4의 ‘원전 잭팟’으로 이어지려면 원전 산업 로드맵 완성 및 특별법 제정 등 지원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래야 ‘2030년 10개 원전 수출’이라는 윤 정부의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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