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이 전자상거래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도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상품이나 메뉴를 사진 찍어 온라인에 등록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상품을 포장해 배송 의뢰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온라인 구매 고객의 교환·환불·불평 등에 대해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빼앗긴다. 소상공인들이 전자상거래에 소극적인 이유는 디지털 역량이 떨어지기보다 일손이 부족한 것에 있다.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보강하는 방법은 조직화와 협동화에 있다. 시장이나 상점가 단위로 소상공인들이 상인회와 협동조합을 구성해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도 상인회의 조직화와 공동사업을 위해 많은 지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상인회의 인력이 부족해 성과가 나지 않는다.
2021년 전통시장·상점가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408개 전통시장의 상인회 조직화율은 96.2%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상근직원없는 상인회가 27.9%에 달하며 상근직원이 있는 경우에도 평균 직원 수는 1.7명에 불과하다,
골목형 상점가와 지하도상가의 상인회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지하도상가의 55.6%, 골목형 상점가의 67.1%는 상근직원이 없다. 상근직원이 있어도 1~2명 수준이다. 이 정도 인력으로 상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상인조직의 인력을 보충하고자 시장매니저 파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경력자를 상인회에 시장매니저로 배치해 상근직원과 함께 상인들을 도와주도록 한다. 시장매니저의 업무는 회계관리, 정부·지자체 공모사업 기획 및 추진, 이벤트·축제 기획, 온라인 전자상거래, 점포환경 개선, 상인교육 기획 등으로 광범위하다. 2023년도에는 총 201곳에 시장매니저가 지원됐다.
시장매니저와 같은 인력지원이 올바른 방향이지만 개선할 부분이 많다. 우선 시장매니저 한 명이 담당하기에는 업무가 너무 많고 다양하다. 고용문제 때문에 시장매니저의 계약기간은 2년밖에 안돼 연속성도 부족하다. 시장매니저에게는 250만원 내외의 월급만 제공될 뿐 업무 노력과 실적에 대한 성과급이 없어 성취동기가 미약하다. 또 한 상인회만을 전담하기 때문에 상인회 간의 협업 노력이 미흡하다. 이런 연유로 지역 상권 차원의 활성화는 지지부진하다.
이에 지역 상권 내 상인회의 인력과 시설을 통합하고 공동으로 활용하는 종합지원체계를 제안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개별 상인회에 속한 상근직원과 시장매니저들을 하나의 상권 단위 조직으로 통합하고 이들을 팀 단위로 구성해 상인회 운영, 공동사업 수행, 지원사업 추진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도록 것이다.
대기업들도 현재는 개별 시장이나 상점가하고만 상생협력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종합지원조직을 통해 여러 시장과 상점가를 아우르는 상권 차원의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종합지원조직’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공간, 시설,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지원조직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 시장매니저를 상시적으로 활용해 안정적 서비스를 상인회와 상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향후에 종합지원조직을 회사 형태로 발전시켜 창의력이 넘치는 로컬크레이터와 경험이 풍부한 대기업 퇴직자을 고용해 지원서비스의 고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소멸 방지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 연예계의 ‘매니저’가 ‘매니지먼트회사’로 발전하며 한류와 K-Pop을 창출했듯이 ‘시장매니저’가 ‘시장매니지먼트회사’로 발전하여 K-Market을 키워나갈 것으로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