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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많이 내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 ‘아직’
재정계산위원회는 현재 9%인 연금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리고 2025년부터 연 0.6%포인트씩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5년간 12%까지 인상 △10년간 15%까지 인상 △15년간 18%까지 인상 등이다. 여기에 추가로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늘리는 3가지 시나리오, 기금투자수익률을 현행 목표(4.5%)보다 0.5%포인트, 1%포인트씩 늘리는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를 조합하면 18개 시나리오가 나온다. 현재 40%인 연금의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을 올리는 개선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현행대로 가면 2055년 기금이 고갈되고 그 이후엔 미래세대가 최고 34.9%의 보험료를 내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혁안이 18개나 제시돼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1년의 논의과정에서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부분 담아서 제출한 것이다. 앞선 1~4차 재정계산 당시에는 개혁안이 2~3가지로 압축 제시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재정계산위 보고서를 참고해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에 18가지 안을 모두 담아야 할지 우리도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8%로 급격히 올리면 가계소비 위축으로 인한 파급효과로 기금운용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계적 인상 상한선은 15%가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15%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도 부담이다. 특히 사업장 가입자가 66.48%나 되는 만큼 개인과 함께 절반을 부담하는 재계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직장가입의 경우 절반은 기업이 부담한다는 걸 감안하면 매년 개인 부담은 0.3%포인트씩 는다.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가입자라면 개인 부담은 14만4000원으로 현재보다 9000원 더 늘지만, 기업은 근로자가 많을수록 부담이 느는 구조다. 손석호 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지난 4차 재정계산 땐 임금인상 등 기업의 부담이 쏟아져 동결을 주장했다”며 “이번 인상률도 기업들의 여론을 살펴서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더 늦게 받아야 하지만 정년연장은 ‘아직’
수급개시연령 상향 조정도 논란거리다. 이번 안에는 노령연금의 지급개시연령이 65세가 되는 2033년 이후 같은 스케줄로 2038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렇게 되면 연금 첫 수령시기는 2038년엔 66세, 2043년엔 67세, 2048년엔 68세가 된다.
은퇴시기가 현재 60세인 상황에서 연금 수급 시작시기가 68세로 늘면 소득 공백으로 인한 노인빈곤 터널만 길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고현종 노연유니온 사무처장은 “노인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에 8%에 불과한 상황에서 은퇴시기도 늦추지 않고 연금수급개시연령만 늦추는 건 노후에 어떻게 생활하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앞으로 25년간 충분히 정년연장 논의와 함께 수급연령이 조정될 수 있도록 연령상향조정 기간을 길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입연령 상한이 59세로 고정된 부분을 개선해 가입연령 상한을 수급개시 연령에 차례로 일치시켜 은퇴하면 바로 연금을 수급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반영했다.
소득대체율 논의가 이번 보고서에 제외된 부분도 논란거리다. 당초 ‘소수안’으로 표기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해온 일부 위원이 소득대체율 인상 관련 내용을 아예 빼자고 요구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에 반발하며 지난달 31일 위원직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소득대체율 상향히 연금 증액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효과도 한참 후에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재정계산위원회는 저소득 가입자 지원, 군복무·출산크레딧 확대, 저소득 노인에 기초연금 집중 등을 제안한 것도 이때문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인상만이 보장성 강화 방안이고 재정건전성 정책은 재정안정화만 추구한다는 이분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방법은 소득대체율 인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짧은 가입기간 가입자나 저소득층의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연금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