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初伏) 전날인 10일 점심 무렵 서울 강남구의 A삼계탕 가게. 서초구 주민인 신모(68)씨는 단골인 이 곳을 지인 두 명과 찾았다. 8년째 복날이면 이 가게를 찾고 있지만, 급격하게 오른 삼계탕 가격에 그는 점점 오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신씨는 “가게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삼계탕 한그릇에 1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5000원”이라며 “한 끼에 너무 큰 비용이 나가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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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의 B삼계탕 가게를 찾은 40대 회사원 이문규씨는 “월급은 안 올랐는데 삼계탕 한 그릇에 1만6000원하는 걸 보면 정말 부담스럽다”며 “회사에서 복날을 기념해 단체로 오자고 해서 왔지, 복날도 아니고 동료도 없었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직장인 장누리(28)씨도 “곧 2만원이 될 것 같다”이라면서 “저 같은 경우엔 복날 같은 특별한 날에만 삼계탕을 먹으니까 먹으러 온 거지, 다른 때엔 사 먹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들이 비싼 값에 고육지책으로 택하는 건 ‘반계탕’. 여의도에서 회사를 다니는 유모(34)씨는 “냉면이 한 그릇에 1만원하는 것도 놀라운데 삼계탕이 1만6000원 하는 걸 보고 진짜 고물가 시대란 걸 느꼈다”며 “그래도 복날이니까 동료랑 내일 1만원짜리 반계탕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이모(41)씨도 “요새는 반계탕 파는 집도 별로 없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찾았다”며 “아쉽긴 해도 복날 기분낼 겸 반마리라도 먹을 생각”이라고 웃었다.
삼계탕 값이 오른 건 주재료인 닭고기가격의 오름세 영향이 크다. 육계협회 따르면 삼계탕에 쓰이는 45~55호 생닭 가격은 이날 기준 1마리에 3680원이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인 3180원과 비교하면 15.7%,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80원에 비하면 8.8%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닭고기 소매가격은 지난 7일 기준 kg당 636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준 5682원보다 12% 비싸다. 도매가격 역시 kg당 4262원으로 1년 전 3901원과 비교해 9.2% 올랐다.
생닭 외 다른 재료비와 인건비 인상 분까지 더해지면서 삼계탕 가격이 뛴 건 당연지사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삼계탕 가격은 지난 5월 기준 1만642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4577원보다 12%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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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삼계탕 가게를 5년째 운영 중인 50대 김모씨는 “복날 전날인데, 점심 피크 시간대를 기준으로 보면 가게 손님이 지난해보다 10분의 1 수준”이라며 “고물가에 손님들도 씀씀이를 줄여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가게들은 삼계탕 한 그릇에 1만8000원인데 우리는 1만6000원”이라며 “재료비가 올라서 작년보다 1000원 올렸지만, 손님이 끊길까 봐 더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23년째 C삼계탕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삼계탕 한그릇 값을 지난해 1000원 올려서 1만5000원 받는데, 손님들이 이것도 비싸다고 한다”며 “원래 복날 즈음엔 손님들이 꽉 찼는데 오늘은 3분의 1 정도만 찼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