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한 갤러리카페에서 생애 첫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다현(여·31) 씨는 그림을 통해 암과 싸우는 힘을 얻고 있는 중이다.
꽃다운 25살 나이에 척색종이라는 희귀암 판정을 받은 김 씨.
유아 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김 씨는 대학 역시 미술을 전공했지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 평범한 회사에 취업, 여느 20대 중반 여성들과 비슷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희귀암 중 하나인 척색종 판정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치료에 몰두했지만 병세는 금방 호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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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기간에 걸친 항암치료로 상태가 약간 호전되는 듯 했지만 골반에서 시작된 암세포가 복부 대부분까지 번지면서 꼬리뼈를 잘라내는 고통까지 경험해야 했다.
그녀는 “암 세포를 없애기 위한 수많은 방사선치료 등 항암요법을 거치면서 내 몸이 누더기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며 “이렇게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도중 갑작스럽게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붓을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몸에 퍼진 척색종을 물리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양성자치료를 결정한 뒤 김 씨는 그림을 그리면서 암세포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그림인데 힘겨운 암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그림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줬는지 잊고 있었다”는 김 씨는 “심한 고통 속에서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사소한 즐거움은 물론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울적한 기분까지, 전부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면 내가 암환자라는 현실도 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김 씨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바로 어머니 권순애 씨다. 그림을 좋아해 수시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십수년 전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까지 이름을 올린 권 씨는 딸이 자연스럽게 그림을 좋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스승이기도 하다.
김 씨는 “아주 어렸을때부터 엄마가 집에서 그림을 그리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저절로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며 “그림을 그리면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도 주고 받다 보면 내 몸 속에 암세포가 있는지 조차 망각하게 된다”고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대신했다.
김다현 씨는 “그림은 나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나 스스로의 언어”라며 “내 그림을 본 관람객들이 당시의 내 기분이 어땠는지를 알아차릴 때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큰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나 뿐만 아니라 병마와 싸우는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속내를 표현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즐긴다면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며 모든 환자들을 위한 응원의 메세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