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방문한 국내 농기계 업계 1위 대동의 생산 핵심시설인 대구공장. 1984년 설립한 이곳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외관이 깔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스마트’로 무장한 공장 내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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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 대구공장은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의 완성형 농기계와 디젤 엔진을 만들어 내는 대동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엔진 부품 가공 시설을 비롯해 △엔진 생산 라인 △농기계 생산 라인 등 3개의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대동의 제조실행시스템(MES)이었다. 공장 천장에 설치한 모니터를 통해 그날의 생산 일정, 라인별 현황, 공장의 이상 유무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현장뿐만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시스템에 접속만 하면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MES의 설치·운영은 약 1년이 지났다.
대동의 디지털 전환은 가장 먼저 공장에서 ‘종이’ 사용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일일이 손으로 종이에 생산 과정과 문제점 등을 써야 했다. 심지어 조립 시 필요한 설명서도 책자 형태였다. 여기서 발생하는 시간이나 오류와 같은 비효율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이제는 손으로 일일이 작성할 필요가 없다. 라인별로 키오스크나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디젤 엔진부터 완성형 농기계까지 모든 생산 제품의 생산현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향후 고도화된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에 활용할 계획이다.
주요 설비와 생산 과정에도 스마트화를 접목했다. 설비는 실시간 작동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이상이 발생하면 MES에 입력한다. 이는 곧 유관 부서로 전달돼 빠르게 조치한다.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쌓으면 설비 고장을 사전에 대응할 수 있으므로 효율성이 높아진다.
생산 과정에서는 제품별로 전자태그(RFID)를 부착해 생산 및 품질 정보를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트랙터를 생산할 때 첫 단계부터 고유의 RFID를 부착해 현재 어떤 공정을 진행했고 어느 라인을 지나고 있는지, 다음에는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심지어 생산 제품별 오일 투입량이나 어느 정도 강도로 볼트를 조일지 등까지도 자동으로 설정된다. 작업자는 라인에 서서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조립이 되는 형태다. 누구나 조립이 쉽도록 배치돼 초심자도 어렵지 않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농기계의 특성상 계절성 생산이 많아 숙련되지 않은 작업자도 오류를 줄이면서 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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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은 더 자세한 검사로 제조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작업자 1인이 생산 제품 1대를 전체 검사하는 셀 방식에서 완성형 자동차처럼 다수의 작업자가 나눠서 제품을 검사하는 라인 방식의 검사 시스템으로 전환한다. 검사장을 대구 공장 내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생산량 증대와 완성차 대형화에 따른 생산라인 정비 공간 부족을 해소하고 검사 공간을 더 확보해 검사 항목을 확대할 방침이다. 더 자세한 검사로 제조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대동은 현재 3단계인 스마트 공장을 오는 2026년 4단계까지 구축한다는 목표다. 스마트 공장은 총 4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수기관리, 2단계 실시간 데이터 집계, 3단계 실시간 모니터링, 4단계 설비·품질 자동화다. 현재 대동은 일부 라인을 제외하고 3단계까지 구축돼 있다.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 100억원 규모다. 올해는 스마트화를 확산해 전체 시설의 3단계 스마트 공장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스마트 공장화는 실질적인 품질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대동 대구 공장의 생산 제품 제조 품질 지수(DPHU)는 지난해 1분기 대비 4분기에 약 37% 가량 개선됐다. 생산 시설 고장 건수도 2021년 대비 지난해 약 27% 감소했다.
대동은 대구 공장 스마트화뿐 아니라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도 지속 강화한다.
지난해 스마트 모빌리티 생산을 전담할 ‘S-팩토리’를 완공한 대동은 올해 실증용 자율주행 4단계 트랙터를 제작해 필드 테스트를 시작한다. 이와 함께 로봇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공동 설립한 ‘대동-키로 로보틱스센터’를 주축으로 농업·비농업 로봇 3종 개발도 본격화한다.
대동 관계자는 “이전에도 공장의 효율이 낮았던 것은 아니지만 단 한 건의 불량이라도 줄이기 위해 스마트화를 실시했고 실제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스마트공장의 그늘인 일자리 감소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절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