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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서류 안 낸 노조 과태료 부과하고 현장조사…정부·노조 ‘전면전’

최정훈 기자I 2023.03.15 06:00:00

회계서류 끝내 제출 안 한 86개 노조…과태료 부과·현장조사 착수
“조합원 알 권리 약화…현행법 한계 보완할 제도개선도 추진”
한국노총·민주노총 전면전 예고…“과태료는 재판, 현장조사는 거절”
“이정식 고용부 장관, 다음 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것”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회계 관련 서류를 끝내 제출하지 않은 86개 노동조합에 대해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회계 장부 등이 사무실에 비치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의 조치에 전면전을 벌일 방침이다. 과태료 부과는 재판까지 끌고 가고, 현장 조사는 거절하라는 매뉴얼도 마련했다. 또 다음 주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6개 노조, 회계서류 끝내 제출 안해


고용부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지 않은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오는 15일부터 노조법 제27조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고용부는 지난달 1일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단위노조 및 연합단체 319개(민간 240개, 공무원·교원노조 79개)를 대상으로 서류 비치·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제출 근거인 노조법 제27조는 노조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출기한인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120개(36.7%) 노조만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자료를 제출했다. 고용부가 요구한 자료는 자율점검 결과서와 비치·보존 대상인 예산서, 결산서, 지출결의서 등의 서류별 표지 1쪽과 내지 1쪽이다.

이후 고용부는 16일부터 노조가 제출한 자율점검결과서와 증빙자료를 검토하고 보완 의사 확인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132개 노조에 시정기간(14일 이내)을 부여했다. 지난 1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점검대상 319개 중 73.1%(233개)가 자료를 제출했지만, 여전히 26.9%(86개)는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단체별로는 민주노총(37.1%, 23개), 조직형태별로는 연합단체(49.2%, 29개)의 제출비율이 낮았다. 고용부는 “서류 비치·보존의무 확인이라는 점검 목적에 부합하게 노조법에 따라 표지와 민감정보를 제외한 내지 1쪽만을 제출토록 했지만, 양대노총이 지침을 통해 전면적으로 제출을 거부하도록 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서류 미제출 노조에 과태료 부과..현장조사 착수

고용부는 시정기간 내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시정지시 결과 확인 및 과태료 부과 보고서 등을 작성해 보고의무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를 사전 통지할 예정이다. 오는 15일 5개의 노조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다음 달 초까지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가 완료될 예정이다. 과태료는 150만원이다.

특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총연맹 2곳의 경우 최종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21일부터 과태료 부과가 사전 통지될 것으로 보인다.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 이후에는 10일간의 의견제출 기간을 거쳐 해당 노조에 최종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편, 고용부는 과태료 부과 이후에도 현장 조사를 통해 서류 비치·보존 의무 이행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중순부터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근거한 현장 조사에도 착수한다. 법에 의하면 질서위반행위가 발생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을 때 행정청 직원이 당사자의 사무소 등을 검사할 수 있다.

현장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는 노조에 대해서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현장조사 과정에서 폭행·협박 등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 과태료 이외에도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정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노조 사무실에 회계 관련 서류를 비치·보존하는 것은 조합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의 기본 책무”라며 “법상 의무를 확인하기 위한 정부의 최소한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것은 조합원의 알 권리를 약화시키고,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것으로 법 위반사항에 대해 엄정대응하는 한편,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함께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왼쪽 두 번째)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왼쪽 두 번째) 위원장을 비롯한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과태료는 재판으로, 현장조사는 거절…고용장관 고발할 것”


양대노총은 고용부의 조치에 대해 전면전을 벌일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고용부의 과태료 처분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까지도 준비하는 매뉴얼을 마련했다. 고용부의 현장 조사에 대해서도 “강압적인 형태로 진행할 수 없고, 노조의 동의하에서만 조사가 가능하다”며 “조사 대상과 일정만 확인한 후 거절하라”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노총도 입장문을 내고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과 노조의 민주적·자주적 운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회계 등 내부자료를 공개할 의사가 있다”며 “하지만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노조를 사회부패세력으로 매도하고 노조혐오를 조장하려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라면 절대 응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주에 노조 때려잡기에 혈안이 돼 노동조합에 월권적이고 위법한 운영개입을 자행하고 있는 고용부 장관을 직권남용 협의로 고발할 것”이라며 “정부의 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도 이의신청 및 과태료 재판 등 전면적인 법률대응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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