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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0년 4월 경기 파주시 한 토지에 건물을 지었다. 해당 토지는 A씨 소유가 아니었고, A씨 사실혼 배우자가 토지 중 54분의 2지분을 취득한 상황이었다. 다른 토지 공유자는 A씨 건물 신축에 동의하지 않았다.
건물 신축 이후 토지를 매수한 새 토지 소유자는 A씨에게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인도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 A씨는 패소했고 판결이 확정됐다.
토지 소유자는 확정판결을 근거로 A씨 건물을 철거했다. 그러나 A씨는 건물 철거 직후 재차 같은 토지에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
이에 A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토지 이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건물을 신축하는 방법으로 토지의 효용을 해했다는 것이다.
1·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건물 신축으로 피해자들은 건물 철거까지 토지를 이용할 수 없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건물 신축은 토지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A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는 이 사건 토지 ‘전체’가 손괴됐음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했지만 건물을 신축한 행위로 토지 ‘전체’의 효용이 침해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토지 자체의 객관적 가치를 손상시킨 게 아니라 무단점유사용 행위일 뿐이라 토지의 효용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A씨 행위로 토지 매매상 법률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고 토지 전체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도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에 검사 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이미 대지화된 토지에 건물을 지어 사용·수익함으로써 소유자로 하여금 토지의 효용을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이라며 “토지의 효용을 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두고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인 재물 효용 침해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대상 재물이 토지인 경우 토지소유자에 대한 이용방해 행위는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