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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인당 교육투자…초중고 1528만원 vs 대학 385만원[교부금 개편]②

신하영 기자I 2022.09.14 06:00:00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안 쓰고 모은 기금 5조원
14년째 등록금 동결한 대학은 “연구비마저 삭감”
유·초·중등교육에만 쓰이고 대학엔 못 쓰는 교부금
“고등교육에도 교육교부금 투자 가능토록 개편해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7월 22일 안양시 동안구 대림대학교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경남의 한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14명에 불과하지만 교사와 행정직원은 총 22명으로 전교생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이 학교의 올해 예산은 6억800만원으로 학생 1인당 교육비는 9700만원에 달한다.

교육교부금의 또 다른 문제는 같은 교육분야라도 고등교육에는 쓸 수 없게 만든 점이다. 유·초·중·고 분야는 예산이 남는 곳이 많지만, 올해로 14년째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은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교직원 임금 동결이 지속되고 있고 학생 실습비, 교수 연구비마저 삭감하고 있다. 수도권 A대 총장은 13일 “인건비를 동결해도 재정난을 감당할 수 없어 실험·실습비까지 줄였다”고 했다.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의 한 교수는 “학교 돈으로 연구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라고 했다.

◇등록금 동결 14년째 “대학은 아사 직전”

정부의 등록금 동결정책이 시작된 시점은 2009년으로 대학들은 올해로 14년째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장상윤 교육부차관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주최 대학총장세미나에서 ‘등록금 법정 인상’을 시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고등교육법은 3년치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국가장학금과 연계, 간접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등록금 동결정책이 시작된 2009년(741만9500원)부터 2020년(747만6300원)까지 사립대 등록금은 0.76%(5만6800원) 오르는데 그쳤다. 경북지역 사립대 총장은 “우리 대학은 정부 지원사업으로 버티는 상황인데 정부 지원금은 학생 교육비로만 쓸 수 있고 관리비·인건비 등 경상비로는 쓸 수 없어 힘들다”고 했다. 서울 소재 사립대 관계자도 “교수·직원의 인건비를 동결해도 조교나 청소·경비 근로자의 인건비는 최저임금 인상액 만큼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유초중고 분야에 쓰이는 교육교부금 규모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교부금 총액은 2019년 처음으로 55조를 돌파한 뒤 2020년 55조4000억, 2021년 53조2000억원, 2022년 65조1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는 77조3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내국세의 20.79%가 자동 배정되는 방식이라 학생 수에 따라 총액을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2 대한민국 재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쌓은 기금은 총 5조3751억원에 달한다.

교부금이 불어나면서 초중고 학생 1인당 교부금은 1500만원을 넘어섰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한국경제연구원 의뢰로 지난 5월 발표한 ‘교육교부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올해 1528만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8년 920만원에서 4년 만에 66.1%(608만원)나 증가한 셈이다. 반면 교육부 올해 예산(89조6251억원) 중 고등교육 지원액은 약 12조원이다. 전체 대학·대학원생이 311만7540명(2022년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학생 1인당 정부 지원액은 385만원에 그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대학도 재정수요 많은데 교부금 사용은 차단

재정 전문가들은 교육교부금을 같은 교육분야인 고등교육에는 쓸 수 없도록 한 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교육교부금은 초중고 교육에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어 고등교육 지원에는 활용하지 못한다”며 “초중고 교육과정에선 소득 대비 최고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다가 고등교육에선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교육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사업도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산업 전 분야에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은 물론 6G(6세대)통신·자율주행까지 반도체가 쓰이지 않는 산업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정부도 2031년까지 12만7000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교육부도 이에 대응, 향후 10년간 15만명의 반도체 인력 양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인재양성방안을 내놨다.

문제는 반도체 실험·실습 기자재 등이 모두 고가이기에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와 교육부는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 일부(3조6000억원)을 떼어내 대학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조6000억 원을 △대학 경쟁력 강화 △반도체 등 미래 핵심 인재 양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도교육감들의 반발 등 넘어야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백정하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올해 교육부 예산(89.6조) 기준 유·초·중등 예산은 79%(70.7조원), 고등교육은 13.2%(11.9조원)로 편차가 크다”며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의 재정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재원의 합리적 배분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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