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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와온 사람들아, 저 해를 오늘은 내가 훔쳐 간다.”
시인 나희덕은 전남 순천에 있는 와온해변의 일몰을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 그는 와온의 일몰에 한껏 소유욕을 드러냈다. 그만큼 와온의 일몰은 매력적이다. 일몰의 풍경은 드넓은 갯벌 위에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인근 용산전망대의 낙조가 화려하다면 이곳의 일몰은 처연하지만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와온해변은 순천만의 동쪽 끄트머리인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앞바다를 일컫는다. 동쪽으로는 여수시 율촌면의 가장리, 남쪽으로는 고흥반도 및 순천만과 접해 있다. 와온은 이름처럼 ‘따뜻하게 엎드린다’는 뜻이다. 혹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붉은 빛으로 물드는 갯벌의 온기가, 이 풍경이 옛사람들도 참 좋았나 보다. 사실 와온의 특별한 볼거리는 이 갯벌이 전부다.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짱뚱어며 새꼬막, 숭어, 맛조개 등이 풍부한 생명의 마당이다. 아침저녁엔 해와 달을, 낮에는 꼬막을 캐며 살아가는 와온사람들을 품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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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앞바다에는 솔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학이 납작 엎드린 모양이라고 해 ‘학섬’이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섬 안에 주막이 있어 펄 배를 타고 조업을 나갔던 어부들이 목을 축이고 돌아왔다. 지금은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 무인도지만, 솔섬 품은 와온의 낙조를 담으려는 사진가들에게는 의미 있는 섬이다.
해가 떨어지면서 와온 바다가 석양에 물드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아마도 솔섬 너머로 지는 와온의 일몰이 그리움을 가득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은은하게 하늘과 바다를 적시는 황금빛이 마음을 훔쳤을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지금껏 많은 문인이 앞다퉈 와온에 찬사를 바쳤다. 시인 나희덕은 물론이고, 소설가 박완서는 와온 갯벌에서 일하는 아낙들을 보며 “봄날의 꽃보다도 와온 바다의 갯벌이 더 아름답다”며 꼭 한번 살아 보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시인 송상욱은 와온의 갯벌을 보고 “속옷 갈아입은 듯 맨살 드러낸 뻘밭에 바닷물이 든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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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바다에 대한 애정을 가장 격하게 고백한 이를 꼽으라면 단연 시인 곽재구다. ‘사평역에서’를 발표해 일명 ‘사평역 시인’이라 불리던 그가 2012년, 13년 만에 펴낸 시집이 ‘와온 바다’다. 와온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도 그 멋진 풍경에 이끌려 많은 사진작가가 이곳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