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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파열음 낸 경제단체들, 땀 흘리는 기업 얼굴에 먹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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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기자I 2022.03.22 05:30:00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정부 도움이요? 필요 없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해주는 게 도와주는 거죠.”

작년 말 만난 재계 한 고위 관계자의 하소연이 기억난다. 최소한 경제계에선 문재인정부 5년은 반(反) 기업 시대로 기억될 듯하다. 재벌개혁·소득주도성장을 시작으로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제) 및 최저임금 제도 개선,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이어지는 반기업·친노조 정책은 한국을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로 내몰았다. 기업 손발을 묶는 각종 규제는 투자 의욕을 꺾기 일쑤였고,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해외로 빠져나갔다.

그래서일까.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 방해 요소가 있다면 그런 것들을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는 발언에서 볼 수 있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어느 정도 경제계 고민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 당선인은 21일 경제 6단체장들과 도시락 회동에서 “경제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큰 기업이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어 투자하고 정부는 인프라를 만들어 뒤에서 도와드리게 되면, 나라가 커가는 것 아니겠는가”라고도 했다. 당선 직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언급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그만큼 이번 도시락 회동을 놓고 경제계에선 ‘진정한 민간 주도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잖다.

그러나 요즘 기업들 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 경제단체 안팎에서 돌아가는 꼴을 보자면 당선인의 변화 의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잦다.

회동 추진 과정에서 경제단체 간 벌어진 물밑 ‘기 싸움’이 대표적이다. 문재인정부 5년간 패싱 논란에 휩싸였던 전국경제인연회(전경련)가 주최 측 역할을 맡는 모양새가 연출되자, 일부 경제단체에서 ‘전경련이 자격이 되나’라고 반발하면서다. 물론,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등에서 보았듯, 전경련이 재벌 대변인·정권 하수인이란 꼬리표를 쉽게 떼어내긴 어렵다. 그렇다고 지난 수십 년간 민간외교 첨병 역할을 해오며 쌓아온 전경련 해외네트워크는 그대로 썩혀야 하나. 일국의 대통령이 대기업 도움 없이 순방 경제외교에서 힘 한 번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겠나. 해외 주요국 경제단체들은 아직도 전경련을 파트너로 보는 등 위상이 작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시락 회동에서 경제단체들의 관심은 온통 자리 배치에 꽂혔다고 한다. 윤 당선인과 마주하는 자리에 앉은 단체장의 단체가 새 정부의 맏형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짧은 생각에서다. 윤 당선인은 맞은 편에 장제원 비서실장을 앉히는 묘수를 뒀다. 경제단체들로선 일종의 ‘무언의 경고장’을 받은 셈이 됐다.

경제단체는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라고 만들어졌다. 전경련은 주로 대기업을,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을 위해 뛴다. 대한상의처럼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모두 아우르는 곳도 있다. 산업 대격변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데가 없다. 규제혁파 등 더 단일대오를 그려도 모자랄 판에, 권력자와의 소통 창구를 누가 맡느냐와 같은 별 시답잖은 일로 파열음을 내는 건 볼썽사납다. 코로나19,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대란 등 대내외 각종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산업 현장에서 땀 흘리는 개별 기업들 얼굴에 먹칠하는 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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