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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라는 타이틀을 쥔 맥캘란 파인앤레어 1926은 영국 스코틀랜드 맥캘란 증류소 263번째 캐스크(cask·술통)에서 추출해 병입한 제품이다. 지난 1926년에 증류해 60년 동안 뛰어난 품질의 셰리 오크통을 선별해 한정 수량만 숙성시킨 맥캘란 최고의 유산으로 꼽힌다. 모든 제조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각 병마다 고유 캐스크 일련번호와 병입 연도를 위스키 메이커(제조자) 자필 서명과 함께 표기했다.
‘억 소리’ 나는 술은 많이 존재한다. 코냑(cognac·프랑스 코냐크 지역에서 생산한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 중에서는 ‘앙리(헨리) 4세 두도뇽 에리타주 코냑 그랑 샹파뉴’(Henri IV Dudognon Heritage Cognac Grande Champagne)가 200만달러(약 24억7000만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렸다. 1776년 프랑스 메종 두도뇽에서 딱 1병(1ℓ) 생산한 100년 이상 숙성된 술이다. 다만 주류 자체보다 다이아몬드와 24K 순금, 백금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병 패키지 값어치도 반영된 가격이다. 이쯤 하면 술이 예술품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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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가 발표한 ‘2021 부(富) 보고서’(The Wealth Report)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고가 사치품 중 가장 가격이 오른 제품군으로 희귀 위스키(478%)와 와인(127%) 꼽혔다. 국내에서도 주류 애호가와 부유층 사이에서 술로 재테크를 한다는 ‘술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할 정도다.
일반적으로 소비재는 시간이 지나면 감가상각이 발생하면서 값어치가 떨어진다. 특히 식음료 등 먹거리 제품은 개별 유통기한 혹은 소비기한이 경과하면 썩거나 맛이 가면서 상품성이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일부 주류, 특히 위스키 등 증류주 제품은 세월이 지날수록 값이 오른다.
이유는 ‘고도주’ 특성에 있다. 대체로 알코올 도수 함량이 40%가 넘는 증류주는 균이 서식하지 못해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다. 사실상 별도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없는 것으로 통한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이 진행되면서 맛이 더욱 좋아진다는 주장도 따른다. 여기에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한정 생산(리미티드 에디션) 등 희소성의 가치가 더해지면 가격은 더욱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다.
이렇듯 고급 증류주는 평생을 두고 마실 수 있다는 ‘불변의 가치’ 인식이 최고가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세종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와인만 하더라도 알코올 도수가 20도 미만이라 균이 서식하며 산패하는 리스크가 커 세계 최고 가격이 위스키 대비 3분의 1 수준”이라며 “최고가 술은 ‘세월이 빚은 술’이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치로, 스카치 위스키는 절대로 상하지 않는다는 빈티지 마케팅과 영국 왕실의 술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세계 최고 증류주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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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은 지난 1940년 영국 스코틀랜드 글렌리벳 증류소에서 맞춤형 G&M 캐스크에 담아 단 250병만 생산했다. 병당 2억5000만원으로 한국에는 단 2병이 들어왔고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1병씩 팔리며 완판됐다. 팔린 제품은 지난달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 위스키 전문매장 ‘위스키 바’에 전시됐다가 이달 1일 주인 품으로 갔다. 아드자예 경의 ‘디캔터 1’은 올 10월 홍콩 소더비에서 경매될 예정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1년 새 가격이 수십 배 오른 수십억원에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국내 수입 주류 유통사 트랜스베버리지는 전 세계 360병만 생산한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그란트 60년’(Glen Grant 60YO)을 올 초 국내에 29병 한정 출시했다. 영국 OBE 기사 작위를 받은 데니스 말콤의 위스키 경력 6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이 제품 가격은 병당 4000만원대로 조기 완판됐다.
◇인기 브랜드 품귀에 ‘오픈런’..중고 공병 ‘웃돈’ 거래도
초고가 위스키가 아닌 일부 중저가 보급형 제품들도 최근 수요가 늘면서 값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1억7534만달러(약 2151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1억3246만달러(약 1625억원) 대비 약 32.4%, 코로나19 시기 이전인 2019년 1억5393만달러(약 1889억원)보다 약 13.9% 증가한 수준이다.
실제 ‘위스키 성지’로 통하는 서울 남대문 주류상가에서 입문용 싱글몰트 위스키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산’은 2019년 7만원대에서 지난해 9만원대, 올해는 12만원 수준까지 약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글렌피딕 15년’ 가격도 6만원대에서 최근 8만~9만원대로, ‘맥캘란 18년’은 25만원 수준에서 35만원 안팎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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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에선 관련 법령상 주류 제조·판매 면허가 없는 업체 또는 개인이 타인에게 술을 팔면 불법이다. 진귀하거나 인기 있는 술을 예술품 컬렉션처럼 보유하면서 값어치가 올라도 이를 개인이 직접 온·오프라인 거래를 통해 바로 현금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리스크가 따른다.
그러다 보니 중고시장에서 ‘공병’을 파는 변형된 술테크도 인기다. 다 먹고 남은 빈병 가격은 대개 실제 판매가에 비례해 매겨지는데, 병당 적게는 수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맥캘란 21년산’ 중고 공병 가격은 2019년 3만원 수준에서 올 초 10만원대까지 3배 이상 상승했고, ‘리차드 헤네시’ 공병은 1년 새 50만원대에서 70만원대로 올랐다. 레미마틴 가문 최고급 코냑 ‘루이13세 블랙펄’은 2007년 전 세계 786병 한정 출시 당시 1500만원에 판매했는데 현재 공병 가격은 19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명 교수는 “마시지도 않을 60년 숙성된 고가의 술을 사는 것은 마시고 취한다는 술의 본질에서 벗어날 순 있지만, 구매 찬스를 놓치면 6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소비자의 심리에서 비롯한다”며 “술이 가진 숙성과 세월의 힘으로 실제 맛이 아닌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