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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회째를 맞는 ‘옵신 페스티벌’은 무용, 연극, 미술, 음악, 영화 등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국제 다원예술 축제다. 이 축제를 기획한 김 예술감독은 다원예술을 한국에 안착시킨 공연기획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실험적 다원예술 작품들을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페스티벌 봄’의 성공 주역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현업에서 떠나있던 그가 돌아와 기획한 축제가 ‘옵신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8000만원의 예산을 갖고 10개국 예술가의 작품 25편을 선보인다. 김 예술감독은 “예산이 20억원은 돼야 하는데, 턱도 없다”며 웃었지만, 지난해(3700만원, 9편)와 비교하면 규모가 부쩍 커졌다. 올해는 무용, 퍼포먼스, 영상, 설치, 테크놀로지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오는 12월 5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문화비축기지, 대학로예술극장, 옵신 스페이스, 문화역서울 284 등지에서 선보인다.
축제 명칭인 ‘옵신’(obscene)은 ‘외설적인’, ‘터무니없는’ 등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단어다. 왜 ‘옵신 페스티벌’로 이름 지은 것일까. 김 예술감독은 “옵신에 ‘장면에서 벗어나’, ‘주류에서 벗어나’ 등의 의미를 담았다”면서 “특정 장르에 갇히지 않고 예술을 넓게 해석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 언제나 비주류가 되려고 작정했던 사람”이라며 “과거 ‘페스티벌 봄’이 그랬듯 ‘옵신 페스티벌’도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나 참신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축제에는 국제 무용 담론을 이끄는 세계적인 안무가 마텐 스팽베르크를 초청했다. 그는 국내 무용수 8명과 신작 ‘휨닝엔’을 제작하고 ‘강둑 대화’, ‘춤추는 공동체’를 한국 관객에게 선보인다. 이와 함께 △차이밍량의 VR(가상현실) 영화 ‘폐허’ △문래예술공장·문화비축기지·옵/신 스페이스 등 3개 장소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3부작 임고은의 ‘아키펠라고 맵’ △홍콩에서 원격으로 자신의 현존을 만들어내는 실험을 하는 로이스 응의 ‘현존’ 등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옵신 페스티벌’이 제작, 위촉, 초청한 13편의 작품을 ‘가상 정거장’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차이밍량, 호추니엔, 고이즈미 메이로, 서현석, 김희천, 김지선, 김나희 등이 VR, AR(증강현실), 웹-투어, 사이보그 등 다양한 기술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김 예술감독은 “건강 악화로 쉬는 동안 집에 있으면서 예술계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할지 고민했다”면서 “오늘날 예술이 있어야 할 자리,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좌표를 다시 설정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 제작하면서 아시아 동시대예술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