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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V자형' 회복이냐 'L자형' 침체냐…2분기가 분수령

최훈길 기자I 2020.05.01 05:00:00

신용카드 소비, 3월4주차 바닥 찍고 4월 회복세
삼성 반도체 선방, 5월 中 양회 부양책 기대감도
“바닥 안보여” 반론도, 4~5월 수출 충격→고용 타격
반등해도 올해 0% 안팎 성장률 “낙관 말고 대비해야”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가운데 황금연휴가 시작된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1층 국내선 도착장이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4월29일부터 5월5일까지 제주공항 항공편 운항은 일평균 430편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5일까지 제주에 총 17만9000여명의 나들이객이 찾을 전망이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주저앉은 한국 경제의 반등 시기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소비 회복세, 반도체 수출 호조,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 등을 고려하면 경기가 2분기에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여전히 코로나19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수출쪽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고 고용위기 또한 여전히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선제적으로 장기불황에 대비한 경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내수 회복”…현대연 “실업대란 없을 것”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소비 추이를 보여주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증감률(전년동기 대비)이 3월4주차에 -9.4%로 바닥을 찍은 뒤 4월1주차 3.4%, 4월2주차 -3.9%, 4월3주차 -3.5%로 감소 폭이 꾸준히 줄었다.

이는 3월4주차~4월3주차 기간에 음식점이 -21.7%에서 -11.9%, 대형마트가 -8.1%에서 -2.1%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영향이다.

심지어 4월1주차에는 온라인과 택배물량이 각각 30.3%, 22.6% 늘어 전체 소비가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때는 일일 확진자가 100명 미만으로 줄고 미국·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한국의 방역을 호평하던 때다.

정부는 이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내수 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브리핑에서 “2~3월 중에 급격한 (내수)부진 흐름은 최근에 다소 진정되는 조짐”이라며 “서비스나 소비 같은 부분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산업 활성화에 힘입어 선방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1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6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조9900억원을 차지했다.

특히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 경제가 코로나 후유증을 털고 재가동을 시작한 점은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실시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30일(현지시간) 만료 이후 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부 주(州)들이 조금씩 경제를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연중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5월21일부터 열기로 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한국 수출기업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는 회복되고 있고 수출은 4월에 최악, 5~6월에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2분기 중에 경기가 바닥을 찍고 살아날 것이다. 미국·중국 등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기침체가 길지 않고 대규모 실업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 “수출 악화→제조업 부진→고용 타격 우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대외 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수출 악화로 4월 무역수지는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수가 회복되더라도 수출 제조업이 부진하면 고용도 위협 받는다. 정부의 경제대책이 미흡할 경우 V자형 반등이 아닌 L자형 장기침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11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6포인트 하락해 2008년 2월 이후 12년1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4~5월에 수출이 악화하는 충격이 올 것으로 보여 지금으로선 경기저점을 말하기 어렵다”며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인근 서비스업 고용이 타격을 받은 것처럼 제조업 부진에 따른 고용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나 0% 초반까지 떨어지고 브이(V)자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방역 성공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1.2%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5.1% 성장률을 기록한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불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계경제 악화로 우리나라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올해 성장률은 0%대 이하가 될 것”이라며 “경기저점이 불투명한 엘(L)자형 장기침체가 우려된다. 정부가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음식점, 대형마트 등의 소비가 늘면서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 증감률(전년동기 대비)이 3월4주차에 -9.4%로 바닥을 찍은 뒤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동기 대비, 단위=% [자료=기획재정부, 여신금융협회]
코로나19로 우리나라 수출이 급감할 전망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5.4% 감소한 364억달러, 수입은 전년동기비 17.9% 감소한 370 억달러가 예상된다”며 “4월 무역수지는 2012년 1월 이후 99개월 만에 6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년동기대비, 단위=%, 4월 수출은 유진투자증권 전망치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유진투자증권]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나 0% 초반까지 떨어지면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다. 전년동기 대비, 단위=% [출처=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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