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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상에도…트럼프, 마스크 대신 스카프 권하는 이유

이준기 기자I 2020.04.03 00:00:00

언론도, 당국도 ''마스크 착용'' 권고에 긍정적
홈디포·로우스 등 마스크 판매 사실상 ''금지''
SNS 이어 언론도 ''홈페이드 마스크'' 설명 나서
''충분한 물량'' 확보 이후 ''착용 권고'' 내릴 듯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꼭 마스크일 필요는 없다. 스카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전날에 이어 또다시 ‘스카프’ 대안론을 꺼내 들었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일반인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던 미국에서도 뒤늦게 ‘마스크 착용’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마스크 착용 문제에선 아시아가 옳을 수 있다’(뉴욕타임스)는 여론이 조성되고, 미 보건당국 내부에서조차 감염예방엔 마스크가 효과적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자 기존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다만, ‘스카프’를 대안으로 내놓은 건 가뜩이나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마스크 부족한 판에 3억명이 넘는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할 경우 자칫 ‘마스크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바이러스 차단 못 해→도움될 수도

미 보건당국이 마스크를 주시한 시점은 감염자가 폭증한 주요 원인에 무증상 감염자들의 놀라운 전파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이후다.

미 공중 보건위생 최고 책임자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에 소속된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이날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상당한 무증상 감염 확산에 대해 알게 됐다”며 “마스크 착용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을지를 알아봐 달라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요청했다”고 했다. 불과 하루 만에 “마스크 착용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종전 입장을 뒤집은 발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 변화도 마스크에 대한 미국의 생각을 바꾸는데 일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WHO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코로나19 전파를 통제하기 위해 좀 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해 계속 평가하고 있다”며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동안 WHO는 마스크를 쓰거나 벗을 때, 그리고 착용 중일 때 모두 얼굴에 손을 더 갖다 대는 경향이 많다는 이유로 마스크 착용이 바이러스 차단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 같은 WTO의 지침은 미국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 중 하나였다.

문제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데 있다. CNN방송 등 미 언론들은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번복할 경우 각종 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AFP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현재 미국에서 마스크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 인터넷매체 복스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 때 마스크 수출을 막으면서 공급망이 막혔고, 최근 들어 수출량을 늘리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프레스티지 아메리테크와 3M 등 두 회사가 N95 마스크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부족 현상을 해결하긴 힘든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 유통업체인 홈디포는 이날 “병원과 응급구조원들을 위해 북미 2300개 점포에 마스크 판매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 로우스도 “N95 마스크용 제품은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KF-94 급인) N95 마스크를 갖고 있다고 해도 병원 등에 기증하길 권한다”며 “병원에서도 구매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물론, 언론에서도 직접 마스크 만드는 법을 전파하는 상황까지 왔다.

NYT는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되도록 두꺼운 천을 사용해 만드는 것이 좋다”며 “안 입는 두꺼운 면 티셔츠 등을 잘라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썼다.

하지만, 홈메이드 마스크가 바이러스 차단에 있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CDC는 홈메이드 마스크가 보건의료 종사자들을 보호할 능력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CDC가 인증한 개인보호장비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을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이용할 수는 있도록 했다”고 했다.

◇권고 前…‘물량 확보’ 총력전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마스크 착용’ 권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지금 당장 공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TF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도 전날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충분한 마스크를 확보하면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는 방안에 대한 매우 진지한 고려가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권고안을 내리기 전 ‘충분한’ 물량 확보가 먼저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미국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만 약 35억개의 마스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복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날 CDC가 마스크 착용 쪽으로 지침을 변경할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가정적인 상황”이라고 선을 그은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스크를 쓰면 병에 걸린 사람이거나 얼굴을 가리고 싶어 하는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회적·문화적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느냐도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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