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를 투자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전망과 근거의 타당함을 따질 겨를 없이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어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제도권 안팎에서는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투자 전략을 전환하고 자산 배분의 경중을 조절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제도권 밖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신종 코로나 관련 등락 업종과 구체적인 종목명까지 자유롭게 언급되며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우한 폐렴 관련주`, `코로나 초대형 테마주`, `대장주 총정리(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형성된 여론은 나아가 `코로나 2차 수혜주`, `추가 상승 가능 종목` 등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제는 폭락을 대비할 때`라는 발 빠른 콘텐츠도 눈에 띈다.
문제는 이런 전망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와 근거가 얼마만큼 타당한지다. SNS에서 이뤄지는 종목 전망은 날것 그대로인 상태에서 투자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무조건 수익 나는 종목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겠다”는 단정적인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한 데 따른 책임은 `아니면 말고` 정도다. 실제로 해당 콘텐츠에 접근한 이들이 남긴 댓글 사이에서는 `시세 조종`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 제도권 나설수록 날뛰는 테마주
제도권 밖에서 이뤄지는 행위인 탓에, 제도권이 개입하기도 여의치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종목과 주가를 언급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서 대가가 오가지 않는 이상 유사 투자자문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며 “시세조종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가 이뤄지는지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거래소가 투자유의 종목으로 분류한 종목은 20개뿐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5일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투자유의’ 종목 20개에 대해 33개 시장경보 조처가 내려졌다. 거래소의 조처는 적극적인 편이지만, 시장의 시각과는 큰 격차가 있다. 거래소가 언급하지 않았으나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주가가 춤을 춘 종목이 차고 넘친다.
제도권이 나서는 데 대한 딜레마도 무시하지 못한다. 거래소가 신종 코로나 종목으로 분류하면, 그 자체로서 테마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테마주를 억누르려는 시도가, 테마주를 키우는 역설이다. 이런 이유에서 ‘테마주 투자 주의보’에 해당하는 종목을 확장할수록, 시장에서 인식하는 테마주의 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기사로써 테마주가 규정돼 확대 재생산되는 측면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 실제로 거래소가 테마주 종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근거로 삼는 것은 언론 기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와 언론이 종목을 언급하면 그 자체로서 테마주로 부각되는 착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악플보다 무서운 것은 무플’이라는 측면에서 테마주를 다루는 방편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 반복하는 악재의 호재化
신종 코로나가 주식 시장에 호재로 읽히는 것은 역설적이다.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고, 이로써 자본시장 전반이 침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시장에 모멘텀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종 코로나뿐 아니라 총선용 정치인 종목도 마찬가지다. 테마주가 널뛰는 시장일수록 비빌 언덕이 없는 탓에, ‘악재의 호재화’ 현상이 반복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과 제도권의 소극 개입 틈을 `호재성 정보`가 밀물처럼 파고들고 있다. 썰물이 남긴 공허와 손실은 오롯이 투자자 몫이다. 특히 펀더멘털을 따지는 기관과 달리 ‘카더라’에 혹하는 테마주 투자는 개미들의 손실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 관련 종목으로 단골 지목된 진원생명과학(011000) 주가는 지난달 28일 6400원을 기록해 올해 들어 165.5% 상승했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당시 고점을 찍고 줄곧 하락해 이날 3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9영업일 새 45.2% 하락해 반토막났다.
신민희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투자자보호부 팀장은 “테마주는 언제든 생기는 것이고 신종 코로나로 관련주가 등락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흐름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너무 지나친 추종 매매는 주의하고, 투자 판단에 기초가 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